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Aug 21. 2023

내가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포기하는 것들

삶의 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새벽기상


사실 나도 처음엔 새벽기상이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독서, 운동, 명상 등과 같은 활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평범한 자기계발 활동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삶을 살아보니, 새벽기상은 삶의 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아주 강력한 장치였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만한 환경설정이 필요했고, 그 환경설정을 갖추기 위해서는 갖가지 희생과 포기가 따랐다.


새벽기상은 일찍 일어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새벽기상의 핵심은 ‘일찍 자는 것’이었다. 근데 이 일찍 자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적절한 수면시간도 확보하면서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밤 10시~11시 사이에는 잠들어야 했다. 그 시간에 잠들려면 9시 정도만 돼도 잘 준비를 해야 한다. 직장이 가까워서 6시에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6시 30분도 채 되지 않는 나조차도, 씻고 저녁을 챙겨 먹고 조금 쉬다 보면 어느덧 시간은 8시를 넘어 9시를 향하고 있었다. 밤 10시에 자려고 하다 보니 시침이 9시 근처에만 가 있어도 하루가 끝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저녁시간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새벽에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자기 자신에게 지지 않고 버텨내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새벽기상이 힘든 진짜 이유는 일찍 잠들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동기로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난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것들을 포기하거나 조절해야 했다.




1. 술

새벽기상을 하고 나서부터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게 되었다. 혼술과 퇴근 후의 맥주 한 캔을 정말 좋아했지만, 술만 마시면 새벽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었기에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술자리와 관련된 약속은 웬만하면 잡지 않았다. 가끔 피할 수 없는 술자리가 생기면 자리만 지키고 술은 마시지 않았다. 술을 마신다는 건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았다.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는 날은 하루종일 찝찝했기에 되도록이면 술은 마시지 않았다. 술은 먹을 때 잠깐 좋고 아주 긴 시간 동안 나를 괴롭히는데 비해, 새벽기상은 아주 잠깐 힘든 대신에 하루종일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술자리는 대개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일찍 잠드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설사 일찍 잠에 들더라도 술기운에 취해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 못할 확률이 대폭 올라간다. 일어나더라도 맨 정신이 아닐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하루 중 가장 또렷한 정신력을 활용하려는 것도 있다. 술 마시고 새벽에 일어날 바엔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이라도 더 자서 몸에 쌓인 독소를 해독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2. 인간관계

새벽기상을 시작한 뒤로 되도록이면 저녁에 약속을 잡지 않았다. 밤 9시 정도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해야 하는데, 퇴근 후에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시간에 잠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만나더라도 할 이야기만 하고 일찍 헤어진다. 부르면 잘 나오던 사람이 이렇게 돌변하면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몇 번만 어색한 상황을 이겨내면 금세 남들은 나에 대한 기대를 없애기 때문에 그다음부터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어진다. 그리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열심히 한 번 살아보겠다는데 딴지를 거는 관계라면 진작에 거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술자리를 좋아하던 내가 사람들이 불러도 잘 나오지도 않고, 가끔 자리는 지키되 술은 먹지 않고 내빼기만 하니 주변에서 거부반응이 많이 일어났다. 하지만 사람들과 멀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술을 멀리하고 새벽에 일어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간관계가 무너지는 건 사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다. 내 인생을 꿰차고 있던 한 무리가 흘러나간다면, 그 자리에 새로운 인연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스마트폰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술만큼 스마트폰도 멀리해야 했다. 9시에 누워도 아무 생각 없이 폰 좀 보다 보면 1,2시간은 훌쩍 지나가서 계획보다 늦게 잠든 적이 많았다. 그래서 난 침대로 폰을 가져오지 않고 협탁이나 서랍장 위에 올려두고 자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귀찮으면 방바닥 저 멀리 던져서라도 폰을 내 근처에 두지 않고 잠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만 해도 효과가 꽤 괜찮았다. 폰 없이 그냥 자는 게 처음엔 좀 심심하기도 하고 약간 괴로웠는데, 그렇게 잠들면 새벽에 일어나는 게 너무 수월하다 보니 걱정했던 것보단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늦게 자던 버릇이 남아 있는데 스마트폰까지 손에 쥐고 있다면 일찍 잠드는 건 불가능하다. 폰을 보다가 기절하다시피 자는 건, 가만히 누워서 잠을 청하는 것과는 수면의 질이 엄청 차이가 난다. 새벽에 일어나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신기하게 유독 자기 전에 보는 영상들은 하나 같이 전부 영양가가 없는 것들만 보게 된다. 그리고 인생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것들일수록 시간을 잘 잡아먹는 특성이 있다. 새벽에 일어나는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자기 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은 과감히 끊어 낼 필요가 있었다.



4. 야식

난 야식을 즐겨 먹는 타입은 아니지만, 먹을 일이 있으면 굳이 피하진 않았다. 그러나 새벽기상을 시작한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야식을 끊게 됐다.  배부른 채로 새벽에 일어나면 속이 더부룩한 느낌 때문에 전혀 개운하지가 않아서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술 먹고 일어난 것보다는 낫지만, 속이 깔끔하게 비워진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소화가 덜 된 채로 일어나는 것도 상당히 괴롭다.


늦은 시간에 뭘 먹고 잠들게 되면 자는 내내 몸은 음식물을 소화하느라 에너지를 충전할 여유가 없다. 그럼 당연히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새벽기상을 시작한 후로는 웬만하면 7시 이후로 음식을 먹지 않았다. 혹시라도 저녁시간을 놓치면 아예 거르기도 했다. 저녁 한 끼 굶는 한이 있더라도 새벽에 일어나서 하기로 했던 일을 해내는 게 훨씬 중요했다. 야식이 땡길 때 참기만 하는 건 상당히 괴롭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 속이 더부룩해서 정신 차리지 못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야식을 참는 것도 꽤 할 만했다. 그리고 야식을 먹다 보면 당연히 평상시보다 늦게 잠들기 때문에 기껏 잡아놓은 텐션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모든 건 오로지 일찍 잠들기 위해서 하는 환경설정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벽기상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새벽기상은 하루에 주어진 시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게 아니라, 활동하는 시간대를 조금 앞당기는 것뿐이다. 그렇게 남들 노는 시간에 일찍 자고, 남들 자는 시간에 일찍 일어나 자신이 하기로 했던 중요한 일로써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스스로 정한 시간에 일어나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에 따라오는 뿌듯함으로 온종일 기분 좋게 보내는 게 새벽기상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난 새벽기상을 하기 위해 일찍 잠들어야 했고, 일찍 잠들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하다 보니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나쁜 습관과 불필요한 관계들을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새벽기상은 단순히 일찍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어지러운 삶을 정화시켜 주는 정말 좋은 활동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전 11화 드디어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