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헌신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 투자한다. 나 또한 회사를 위해 영혼까지 불태웠던 적이 있다. 그러나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은 한계가 명확하고, 언젠가는 새로운 일을 찾아야만 한다. 심지어 회사의 중역이라도 퇴직하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운명은 피할 수 없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조차도 끊임없이 일에 매달리는 걸 보면 '일'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시간과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특히 젊을 때는 그 재화를 어디에 쓰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회사에서 인정받는다는 건 그만큼 회사에 자신의 노력을 갈아 넣는다는 말과도 같다. 허나 세월이 흘러 본인의 입지가 약해졌을 때를 생각해 본다면, 과연 그만큼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게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번쯤은 곱씹어 볼 일이다. 직장에서 배운 업무지식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업을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회사는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오직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다. 회사란 국가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개념 같은 것에 불과하다. 회사는 아무것도 아니다. 달리 말해 직장은 그 누구를 위한 곳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곳에 의지하고 기대는 건, 어찌 보면 무의미한 일인걸지도 모른다. 모아도 답도 없는 월급을 위해 그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자신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직장인이 받는 혜택은 월급과 복지만 있는 게 아니다. 회사가 부여하는 또 다른 보상은 바로 '퇴근 후의 시간'이다. 헌데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퇴근하고 나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푼 답시고 게임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술을 마시는데 다 날려버린다. 사람들이 퇴근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퇴근하면 할 일이 있거나, 아니면 단지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여기서 후자에 해당한다면 인생의 방향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퇴근시간을 그렇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이유가 단지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런 거라면, 계속 어딘가로부터 벗어나야만 하는 인생을 살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는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가 없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노예가 되어 달라고 간청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알아서 노예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직장생활에 답이 없다는 걸 느끼면서도 뭘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시간부터 확보해야 한다. 퇴근 후의 시간을 구하든, 출근 전 새벽에 일어나 시간을 마련하든 자기 자신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 말이다. 그런 시간을 확보한 다음, 다양한 일을 해보면서 깊은 사색과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게 본인이 진정 원하는 삶인지, 끝이 뻔히 보이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현실을 외면한 채 그냥 하던 것만 하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면 본인에게 필요한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진실을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군더더기 없는 진실일수록 받아들이기 불편한 특징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렇게 많은 돈은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돈, 돈 거리는 이유는 많은 돈을 실제로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가진 느낌'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꼭 대단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갖고 싶었던 걸 가졌을 때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람은 그토록 원하던 것을 가지게 되더라도 아주 찰나의 순간만 좋아할 뿐이다. 그래서 문제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더라도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하진 않을 거라는 힌트는 자신과 세상을 조금만 더 깊게 관찰하다 보면 언제든 발견할 수 있다.
삶에 애정이 없는 사람일수록 부자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그들은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망상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알고 보면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들 중에서도, 뭔가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채우고자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아 보이는 사람도 자꾸 뭔가 일을 벌이고, 자꾸 뭘 사들이고, 자꾸 뭘 욕망한다. 경제적 자유라는 울타리에 갇혀 사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 보면 돈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구속당하며 사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그런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SNS에서 화려한 삶을 뽐내는 사람들을 자주 들여다보는 건 자신도 모르게 본인과 비교하게 되기 때문에 좋을 게 없다. 하지만 그것도 달리 보면 좋은 공부가 될 수도 있다. 완벽한 삶을 사는 듯한 사람이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꾸준히 자신의 인생을 드러내는 건, 아직도 여전히 결핍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할 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은 왜 그럴까'에 대한 의문을 품어 본다면 의외의 통찰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진짜 행복한 사람은 거울 속 자신에게 "난 행복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남 부러울 게 전혀 없어 보이는 사람조차도, 끊임없이 뭔가를 더 갈망하고 나와 비슷한 결핍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비로소 세상을 좀 더 날카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할 일'이다.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원하는 걸 갖고 싶은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수단이 돈이기 때문에. 그리고 살면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돈이라서. 하지만 욕망은 채워지는 법이 없고, 살다 보면 걱정하는 일은 거의 대부분 일어나지 않는다. 돈이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문제 해결수단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정작 걱정하던 일이 일어나는 확률을 감안하면 가장 쓸데없는 수단이기도 하다. 돈은 필요하면 요긴하게 쓸 수 있지만, 필요 없으면 그것만큼 쓸데없는 것도 없다. 돈의 실체는 가치교환 수단이라는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돈은 사람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자들이 대단한 인물이 되는 것도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뿐이다. 돈은 언제나 뒤에 따라오는 것에 불과하다. 돈을 따라오게 만들려면 일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반복할 수 있는 일, 지루해도 견디며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 말이다. 그런 일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다. 그건 바로 '좋아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꿈을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꿈은 너무 추상적인 말이었다. 실제로 우리는 꿈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꿈이라는 건 마치 돈처럼 하는 일 뒤에 따라붙는 일종의 라벨에 불과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문득 떠오르는 목표와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꿈도 돈처럼 있다가도 없는 것이고, 시도 때도 없이 변하며, 굳이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행복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기란 말처럼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지 못하고 여전히 살던 대로 살아가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대체 좋아하는 일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대책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막연하고 답답해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며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어딘가에 닿게 될 것이고, 그때부턴 알아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자신의 길을 발견한 사람들 중에 처음부터 알고 움직인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나도 내가 글쓰기를 발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처럼.
결국 좋아하는 일은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찾아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많은 경험을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은 퇴근하고 나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주말과 빨간 날을 다 쉬어도 밀린 일정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색다른 자극을 받기 위한 여행도 어쩌다 한 번이지, 가고 싶다고 쉽게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꼭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이 안 맞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그래도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여정에 가장 많은 도움과 자극이 되는 건 독서만 한 게 없다고 본다. 독서는 짧은 시간에 넓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데 있어서 만큼은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며, 돈과 시간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가만히 앉아서 위대한 현자들의 지혜를 접할 수 있는 최고의 간접경험이기 때문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건 괜한 말이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행동을 낳는다. 책은 그렇게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 과정에서 운이 좋으면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생각으로부터 출발한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사람, 꿈을 찾고 싶은 사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독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거기에 글쓰기까지 겸비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양질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읽고 쓰는 건 자신을 깊게 공부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이전과 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면 최소한의 독서와 글쓰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만큼은 확보해야 한다. 만약 그 정도의 시간도 마련하지 못한다면 계속 지금처럼 살아가거나 혹은 그보다 더 못 살게 될 확률이 높다. 확실한 건 살던 대로 살아가면 당장에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절대로 유의미한 변화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독서와 글쓰기를 하게 되면 꿈을 찾기 전인 사람, 꿈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 이미 꿈을 이룬 사람 모두가 각자 상황에 맞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이건 이미 자기 자신과 삶 자체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관계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의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고,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마음에 담아 볼 만하다. 아무리 막연할지라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며 실패를 거듭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기꺼이 헌신할 수 있을 만한 일을 찾아야 한다. 오로지 경험이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색다른 시도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해 봐야지만, 자신에게 맞는 인생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없다. 세상엔 꿈을 찾은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만이 존재할 뿐이다. 여전히 꿈을 발견하지 못한 직장인이 있다면 더 많은 월급을 받기 위해 애쓸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에, 그것도 끝에 있는 것이다. 그게 진실이고 올바른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