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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Aug 27. 2023

꿈을 꾸기 시작했다

글쓰기로 먹고 살 수 있다면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양치를 한 뒤, 노트북을 켜고 바로 글을 쓴다. 그렇게 새벽에 글을 쓰다 보면 금세 해가 떠오르고 출근 시간이 다가온다. 출근 전엔 브런치에 미리 써놨던 글을 발행하고 회사로 출발한다. 회사에서 업무를 보다가 쉬는 시간이 생기면 독서를 하거나 평소 모아놨던 글감을 정리한다. 느낌이 오는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토막글이라도 조금씩 쓴다. 점심시간엔 읽고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되도록이면 간단한 메뉴를 먹는다.


퇴근 후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카페를 간다. 카페에서 1,2시간 정도 글을 더 쓰고 나면 그제야 집으로 간다. 자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독서를 한다. 틈 날 때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더 많은 글을 쓰기 위해서다. 밤 10시가 다 돼 가면 다음 날 새벽기상을 위해 잠을 청한다. 주말엔 되도록이면 새벽 3시에는 일어나려고 노력한다. 주말에 더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아내와 함께 주말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오후에 양껏 글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일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맘껏 할 수 있게끔 풀어주는 아내를 생각해서라도, 주말엔 되도록이면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이게 요즘 내가 살아가는 일상이다.


어느 하나 꾸준히 하는 게 없던 내가 우연히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하고부터는 삶의 모든 것이 글쓰기에 맞춰져 있다.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밤낮으로 글을 쓴다. 글을 쓰기 위해 일찍 자고, 글을 쓰기 위해 일찍 일어난다. 글을 쓰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해 야식과 음주를 자제한다. '심심하다', '할 거 없는데 뭐 하지'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일상의 공백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머릿속엔 온통 글쓰기에 대한 생각뿐이다. '어떻게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선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와 같은 생각들만으로도 하루를 다 보낼 수 있을 정도다.




습관을 넘어섰다고 할 정도로 틈만 나면 글을 쓰고 있다. 글 쓰는 게 막히거나 힘들면,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산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감이 떠오르거나 막혔던 구간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힌트를 얻는다. 독서도 이젠 글을 쓰기 위한 독서가 돼버렸다. 글쓰기가 막힐 때 책을 몇 페이지 정도 읽으면 금방 쓸 거리가 생각난다. 쓰고 있던 글과 이어지는 내용이 떠오르기도 하고, 전혀 다른 주제의 영감이 떠올라 새로 써 나가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토막글을 모아놓으면 언제든지 바로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쓰면 쓸수록 나를 좀 더 알아가는 기분이다. 그리고 글쓰기 덕분에 매일 하루가 결코 똑같지 않다는 걸 실감한다. 지루한 듯 반복되는 일상이 알고 보면, 얼마나 색다른 장면을 매번 다르게 연출하는지 글을 써 보면 깨달을 수 있다. 매일 달라지는 세상과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나의 상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쓸거리가 정말 많다. 그런 글을 쓰다 보면 세상을 좀 더 깊이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글을 삶에 들이고 나서부터는 생활의 모든 게 글쓰기에 맞춰져 있다. 글쓰기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자 취미이며 특기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글쓰기로 먹고 살아가는 삶을 꿈을 꾸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만으로도 하나의 축복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나아가 전업작가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진정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내가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일을 찾았으니, 이전처럼 고비가 찾아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열심히 할 줄은 알았지만 그것 말고는 모든 게 엉터리였던 내가 어느새 시간을 벌기 위해 과감히 돈을 포기하는 경험도 해보고,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아 원대한 꿈까지 꾸기 시작했다. 꼭 작가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는 건 아니다. 난 그저 하루 중의 가장 많은 시간을 글쓰기로 보낼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세상에 최대한 많은 흔적을 남기고 싶다. 글로써 말이다. 내가 남긴 흔적들로 인해 위안을 얻고, 행복을 발견하고, 인생의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자극을 받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에 따르는 보상까지 들어온다면 훨씬 더 좋겠다. 그래야 더 좋고 많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 내게 돈이란 곧 시간을 의미한다.


나중엔 글쓰기 강의도 해보고 싶다. 글쓰기를 하면 따라오는 좋은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고 싶다. 문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 할 수상경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매일 수많은 글을 쏟아내는 사람으로서 매일 꾸준히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방법 정도는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클릭을 부르는 제목 짓기', '브런치 작가 합격하기', '메인에 노출되는 글쓰기'와 같은 잡기술을 전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글쓰기를 해본 적 없는 사람, 글을 쓰다 멈춘 사람 그리고 글쓰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쓰게끔'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쓰지 않는 사람들과 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최고의 글쓰기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돈도 좋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많은 부자가 되고 싶다. 글쓰기를 발견한 기적도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려 돈을 포기한 덕분에 만날 수 있었다. 시간 말고는 딱히 필요한 것도 없다. 갖고 싶은 물건도 없고, 더 넓은 집으로 가고 싶은 갈망도 없으며, 좋은 차도 필요 없다. 내 관심을 끄는 건 오직 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와 지혜 그리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이다.


복잡한 현상에 가려진 진실을 최대한 많이 알아내고 싶다. 많이 안다고 꼭 좋은 것만도 아니지만, 세간의 진실은 언제나 나의 흥미를 이끌어 낸다. 나와 세상을 매일 관찰하며 글을 쓰다 보면 조금씩 지혜로운 사람이 될 거라고 믿는다. 내게 스며든 지혜들도 그런 식으로 혼자서 깨우친 것들이다.


사람들에게 언제나 좋은 영향을 끼치는 참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단지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게 가장 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은 이야기를 매일 쓰고,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 책을 내고, 책을 통해 연이 닿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달하는 장면을 매일 상상한다. 나를 통해 긍정적인 기운을 전해 받은 사람들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될 거라고 믿는다. 그런 만큼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글을 쓰는 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사람, 보다 지혜로운 사람, 알면 알수록 괜찮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기운을 내가 쓰는 모든 글에 담아내고 싶다.


부디 내 글을 읽는 사람 모두가,

전에 없던 좋은 자극을 받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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