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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Aug 29. 2023

아직 인생을 시작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밖에 없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한다. 시대가 갈수록 인간이 먹고 살기에는 점점 좋아지는 세상으로 발전하는데, 그런 상황이 무색할 만큼 사람들은 언제나 부족함을 호소한다.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갖고 싶은 걸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미 누리고 있는 호사와 행복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틈만 나면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깎아내리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착각과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원하는 바를 다 이루더라도 삶에 평온이 찾아올 리는 만무하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을 팔아 월급을 받고, 그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회사의 규모와 직업군에 따라 월급의 격차가 있긴 하지만, 최소한의 월급만으로도 어떡해서든 살아갈 수는 있다. 문제는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한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사실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고서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어제와 똑같이 살아가는 게 진짜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틈도 없을 만큼 엉뚱한데 시간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수많은 컨텐츠에 중독되는 이유는 그것들이 재밌어서라기보다는, 현실을 잊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현실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게 그 자체로 휴식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진 모르겠으나, 이내 다시 돌아오면 주체할 수 없는 공허함과 허무함을 견디지 못해 또 다른 현실도피처를 찾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에서 구원해 줄 존재는 오직 자기 자신밖에 없다. 삶을 개선하고 싶다면 어떡해서든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정말 시간이 없는 게 아니다. 그들은 단지 무언가를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뿐이다. 난 인생을 구하기 위해 돈을 포기했다. 조금 더 많은 돈을 받는 대가로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 바쳐야만 했던 현실을 견딜 수 없었기에, 월급의 절반을 포기하고 나만의 시간을 벌어들일 수 있는 곳으로 과감하게 이직했다. 그 덕분에 시간을 벌었고, 평생의 업으로 삼을 만한 좋아하는 일도 찾게 되어 지금의 결과물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항상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아내의 응원이 큰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이 외에도 돈을 포기함으로써 누리게 된 혜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다들 고만고만한 삶을 살고 큰 변화를 이루지 못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자기 자신과 마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만 남으면 괜히 폰을 들여다보거나 딴짓을 하게 된다. 사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사람이 가만히 있게 되면 그동안 마주하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해 오던 현실이 고스란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본인과 1:1로 마주해야 하는 뻘쭘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인생에 불만이 가득하고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한 사람이 갑자기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면, 그만큼 피하고 싶은 순간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만족스러운 현실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질문하고,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답게 살아가려면 나 자신을 깊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SNS를 통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과 먼저 소통을 해야 한다. 어처구니없이 돌아가는 인생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음속 깊은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 무엇이 내 삶을 갉아먹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만약 그 과정에서 뿌리 깊게 내린 문제를 알아차리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문제는 거의 해결됐다고 볼 수 있다. 멀쩡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잘 살고 싶어 하기에, 그 뒤로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진짜 문제가 뭔지 깨닫지 못해서 그런 것뿐, 일부러 스스로를 못살게 구는 사람은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적당한 회사에 취직하여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면 웬만큼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사회에 발을 들이는 순간 사라지게 된다. 동시에 그동안 받아왔던 평생의 교육은 그저 사회를 굴리는 톱니바퀴가 되기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비로소 한 회사의 톱니바퀴가 되고 나서야 겨우 깨닫게 된다. 그때쯤이면 이미 다른 톱니바퀴들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쉽게 발을 빼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톱니바퀴로 살아가는 게 나쁜 건 아니다. 그런 삶도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이며, 나름 훌륭하고 만족스럽게 잘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애초에 엔진이 되고 싶은 포부를 가진 사람이 톱니바퀴로 살게 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 그런 비극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더 늦기 전에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안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난 우여곡절 끝에 젊을수록 돈보다는 시간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벽기상을 시작한 덕분에 글쓰기라는 인생의 과업을 발견하게 되었다. 직장생활에 답이 없다는 걸 느낀 후로 거의 10년 만이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주변 사람들은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차를 뽑고, 집을 사고, 결혼하고, 애까지 낳는 데 비해 이룬 게 없다며 한탄할 수도 있었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남들의 인생은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고, 내 길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세울 만한 결과물은 없지만, 여태 방황했던 세월을 결코 허송세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겐 필요한 과정들이었다. 나를 믿고 끝까지 나만의 일을 찾고자 한 덕분에 결국 지금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만으로도 난 이미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확실한 방향과 중심이 잡힌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만함과 자신감을 안겨준다.


난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그만큼 난 정말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적인 변화를 겪게 되고, 비로소 세상과 나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후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든 말든 나만의 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아왔다. 비록 수많은 실패를 겪으며 선택에 따르는 대가들을 치렀지만, 그 모든 경험은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어 준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그동안의 일들이 없었다면 난 지금의 아내를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책이었다. 책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내가 변할 일도, 사람들과 멀어질 일도, 직장은 미래가 없다는 걸 깨달을 수도, 방황의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힘도, 돈을 포기할 용기도, 새벽에 일어날 의지도 그리고 글쓰기를 발견하는 기적도 없었을 것이다. 책은 내가 미처 몰랐던 넓은 세상을 보여주었다. 책은 날 것 그대로의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날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감동과 지혜를 안겨 주었다.


책을 읽다 보니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이 뼈저리게 실감이 날 정도로 많은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괴롭기도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깨달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확실한 건 이미 세간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자라난 이상, 이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운명선을 탔다는 것이다. 아예 모르고 산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눈앞에서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아른거리는데 차마 그걸 못 본 척하고 살아갈 수는 없었다. 난 나를 위해서라도 변화할 필요가 있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고,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그런 뜻을 품고 살다 보니, 오늘의 나까지 이르렀다.


아무 생각 없이 직장에만 의존하는 사람들, 막연한 미래가 불안하지만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들, 딱히 할 일도 없고 마땅한 취미도 없는 나머지 시간만 남으면 세상이 내놓는 컨텐츠만 소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간의 소중함과 좋아하는 일의 중요성을 전하고자 이 글을 썼다. 방향을 잃어버린 채 하염없이 앞으로 나아가고만 있는 사람들에게, 부디 내 이야기가 한 줄기 빛이 되어 스스로를 돌아보게끔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다면,

인생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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