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자신만의 법칙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책 '인생 12가지의 법칙'은 조던 피터슨이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가 가는 책이었다. 유튜브로 자기계발영상을 자주 시청하는 내게 조던 피터슨은 마주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이 사람은 영상 속에서도 그렇게 혼돈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던데, 아니나 다를까 책 속에서도 수많은 혼돈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걸 보고는 내심 반가운 기색이 들었다.
처음 이 책을 펼쳐보기 전엔 미처 몰랐던 신박한 내용이 나올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알찬 내용으로 가득 들어차 있을 거란 기대는 했었다. 그러나 내겐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방대한 예시들이 꽤나 많이 들어가 있었다. 챕터별 초반부에 나오는 내용을 읽다 보면 졸음이 그렇게 밀려왔다. 그래서 책을 10% 정도 읽고 난 후로는 각 법칙마다 핵심 내용이 들어있는 후반부만 골라 읽었다. 사실 그렇게만 읽어도 시간이 꽤 걸릴 정도로 괜찮은 내용이 많았다. 그만큼 좋은 책이라고 할 순 있지만, 정독하기에는 부담스럽기도 한 책이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조던 피터슨이 언급한 법칙은 하나같이 모두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면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심오하고 깊은 내용은 한 번 읽고 받아들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난 약 3일에 걸쳐서 밑줄 친 모든 부분을 필사했고, 틈 날 때마다 들여다보며 각 법칙에 관한 나의 생각들을 적어보았다.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당당한 자세로 살아갈수록 인생에 좋은 기운이 들어온다고 생각한다. 겉모습부터 이미 위축되어 있고 자신감이 없어 약해 보이는 사람은, 실제로 약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 신체 내부가 건강하지 못하면 피부에 염증이 생기듯이, 마음가짐이 불온전한 사람일수록 바깥으로 드러나는 외면도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다. 자세를 고치려 노력하는 건 좋지만, 마음가짐에 변함이 없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이 없다.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그만큼 자기 자신과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음을 깨닫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법칙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스스로를 돕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선, 평소 하는 생각들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매일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모두 내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면, 스스로를 돕기는커녕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만한 여지도 없을 것이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생각으로부터 출발한다. 생각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생각은 그저 머리와 마음을 지나가는 것들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개 사람들은 그런 의미 없는 생각들 거의 전부를 자신의 일부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사람의 머릿속엔 '내 생각을 내 생각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수많은 생각'들이 존재한다. 그런 생각들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볼 줄 안다면 스스로를 기꺼이 도와줄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돕기 위해선, 객관적인 관찰자가 되는 것부터 시작이다.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우리는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중에서 힘들 때 위로해 줄 만한 사람들은 많지만, 이상하게도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줄 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 나 같은 경우에도 일이 잘 풀리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갈수록 주변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곤 했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친분을 다져놓은 관계가 멀어지는 건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그들과 다시 이어지고자 애를 쓰진 않았다. 멀어진 사람들과 다시 가까워진다는 건, 내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엔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만 남아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막 편한 관계는 아니다. 나를 많이 응원해 주는 만큼 기대하는 바도 크기 때문에 약간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생에 도움도 되지 않고, 어차피 떠나갈 관계들에 불필요한 신경 쓸 바에는 나를 응원해 주는 몇 안 되는 사람들과 오래도록 가볍게 지내는 게 낫다고 본다. 더군다나 내 나이가 한창 성과를 내야 할 시기에 들어선 만큼,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만 만나는 게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해졌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사람을 가리고 싶진 않지만,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법칙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오직 어제의 당신 하고만 비교하라.
인간의 마음이 돌아가는 원리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서부터는 비교하는 게 얼마나 쓸데없고 어리석은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비교는 애초에 가능한 게 아니었다. 비교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이와 나 자신을 공정한 저울에 옳게 매달 수 있는 방법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에게 유체이탈하는 능력이 있어서 서로의 몸을 바꿔 들어가 타인의 삶을 체험해 볼 수 있다고 한들 그마저도 제대로 된 비교가 될 수 있을까. 우린 생각보다 남들의 인생을 전혀 모른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내리 까는 건, 남들을 재료 삼아 자신이 스스로를 공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세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오직 본인뿐이다. 내 인생은 오직 나밖에 살아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자기 자신과 비교하는 것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추구하는 궁극의 깨달음은 '더 나아질 필요가 없다'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비교는 예시가 필요할 때 써먹는 적절한 도구로서만 사용하는 게 좋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것만큼 불행한 인생은 없다. 매일 남들과 비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시간을 갖고 본인과 1:1로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법칙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나이가 들수록 뼈저리게 느끼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주변정리에 대한 중요성이다. 주변정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변이 어지러울수록 안 좋은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보통은 아무렇지 않게 널브러진 물건들을 보면 그냥 지저분하다고만 생각하겠지만, 그런 환경은 알게 모르게 상상 이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물에는 저마다의 기운이 스며들어 있다.
이를테면 자격증을 따기 위해 풀다 만 문제집이 아직 눈에 보이는 곳에 꽂혀 있다던가, 전부터 계속 치우려 했지만 미루고 미뤄서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잡동사니라든가 하는 것들이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에너지를 빼앗기게 된다. 문제집을 스쳐 보는 것만 해도 예전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기억들이 몸을 훑고, 여전히 치우지 못한 잡동사니 덕분에 계속 미루기만 하는 자신의 게으름이 더욱더 부각된다.
사람은 주변이 어지러운 만큼 쓸데없는 곳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주변 정리는 그래서 중요하다. 방 하나도 옳게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중요한 일에 몰입할 여력이 없기에, 어떤 일에서든 성과를 내기엔 불리한 조건 속에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법칙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사람들은 쉬운 길을 걸으면 인생이 편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생각이 만들어 내는 착각이다. 모든 상황은 자신의 생각이 부여하는 결론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생각이 건전하지 못하면 그 어떤 길을 걷더라도 삶의 부정적인 부분만 짚게 될 것이다. 인간의 삶은 다 똑같다. 돈이 많다고 등에 날개가 달리는 것도 아니고, 가난하다고 해서 눈이 멀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행복과 불행을 안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 살아가든 인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도 생각한다. 다만 진정한 울림을 주는 의미는 본인 스스로가 직접 만들어 내야만 한다. 자신이 빚어낸 의미를 품고 살아가는 게 가장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경로라고 믿는다. 원래부터 찬란했고 기적적인 삶을 온전히 누리고 싶다면,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게 최선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법칙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난 똑같은 사람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해 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너무 뻔한 대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기대를 갖고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상상하지 못했던 대답을 듣게 된 경우가 꽤 많다. 심지어 같은 말을 듣더라도 색다른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그 이유는 바로 내 상태가 그만큼 변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심정이 달라져서 전과 다른 신박한 대답을 던져줄 때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 자기 자신의 상태를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면 꽤나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모르는 게 많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되며, 그만큼 마음이 열리고 세상을 좀 더 넓게 바라보는 시야를 확보하게 된다.
책을 재독할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달라지는 건, 책이 마법을 부려서가 아니라 읽는 사람의 마음 상태와 환경이 그만큼 변하기 때문이다. 어제와 똑같다고 여기는 건 그렇게 생각하는 생각의 생각일 뿐, 결코 진실이 아니다. 찰나라도 같은 순간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게 내가 믿고 있는 현실이다.
감상평을 쓰면서도 이 책은 확실히 한 번 읽어서는 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책이 두꺼운 만큼 쓸데없이 분량을 부풀린 감은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영상에서 마주했던 조던 피터슨의 이미지 치고는 꽤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실려 있어서 필사한 내용을 두고두고 읽는 건 부담이 없어 보인다.
조던 피터슨이 자주 언급하는 혼돈이라는 말을 평소에 즐겨 쓰진 않았다. 그러나 이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면 접할수록 인생은 그 어떤 것보다도 '혼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 좋은 일이 시간이 흘러 나쁜 일이 되기 십상인 세상, 예상했던 것들이 보기 좋게 빗나가기 일쑤인 게 곧 우리의 현실인데, 그 모든 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혼돈 이외에 무엇이 더 있을까. 그런 만큼 각자만의 인생의 법칙은 꼭 있어야만 한다고 본다. 혼돈의 한가운데에서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똑바로 걸어가기 위해선, 나를 단단히 묶어주는 법칙이 단 하나쯤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