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고민은 시간낭비다

by 달보


난 결단을 비교적 쉽게 내리는 편이다. 결단에 대하여 크게 의의를 두진 않는다. 구체적인 현실은 수많은 프레임들이 모여 움직이는 공간인데, 결단은 그 셀 수 없는 프레임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경험상 신중하게 고려한다고 해서 현명한 선택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옳은 선택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와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능력이다. 겉으로 보면 어리석은 선택 한 번이 큰 일을 일으킨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전부터 조금씩 쌓여온 것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뿐이다.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다. 따라서 적당히 생각하는 건 좋지만, 너무 오래 고민하는 건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보통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까지 온 사람들은 마음 안에 정답이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지금 하는 선택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확신하기가 어렵고, 행여나 후회로 남을 법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불안 때문에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더 좋은 선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만약 신중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 있었다면, 잊을만하면 덮쳐오는 인생의 수많은 고민들도 신중하고 오래 생각함으로써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오래 생각한 덕분에 결과가 좋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곰곰이 떠올려 본다면, 고민하는 시간의 누적과 좋은 결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너무 신중하려 하는 건 불안한 마음에 행동을 지배당해 자신도 모르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코앞에 닥쳐온 사람은 이미 '길' 위에 섰다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해서 너무 신중하게 생각하려고 하는 사람은 이미 출발한 기차 안에서 고민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결단을 내려야 상황이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난 이미 결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기 이전부터 '일'은 진행되고 있었다고 본다. 그게 무슨 일이든지 간에 본인이 눈치채지 못한 것뿐이다.




좋은 일을 마주하고 싶고, 나쁜 일은 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선택지 앞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좋은 일을 반기려면 나쁜 일을 겪어봐야 하고, 나쁜 일을 마주하지 않으려면 좋은 일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고통을 감수해야만 한다.


좋은 일, 나쁜 일은 한 바구니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 두 가지는 결코 다르지 않다고 본다. 모든 일은 그저 '일'로써만 바라보면 되는 것이지, 굳이 좋은 일 나쁜 일로 나눌 필요도 없다. 사람마다 그리고 환경과 조건에 따라 상황을 해석하는 인간의 기준은 천지차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좋은 일도 없고, 절대적인 나쁜 일도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좋은 일, 나쁜 일 자체는 원래부터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살면 생각이 만들어내는 연극의 꼭두각시로 살아갈 뿐이다. 우린 생각의 술수에 놀아나는 그런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눈이 뜨인 사람은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이 연극의 주인공이 아니라, 그 무대를 바라보는 관찰자였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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