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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비난하는 글은 써서 좋을 게 없다

그 시간에 자기 자신이나 되돌아볼 것

by 달보


정해져 있는 좋은 글 같은 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긴 한다만, 거의 대부분은 좋은 글이라고 바라보는 편이다. 한 사람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진 글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어떤 쪽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편의 글은 글쓴이부터 시작해서 그 글을 읽게 되는 독자들에게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글, 영감을 울리는 글, 정보가 되는 글, 돈이 되는 글, 푸념을 늘어놓지만 그 안에 깨달음이 깃들어있는 글 등 독자에게든 글쓴이에게든 어떤 쪽으로도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진다면,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전보단 많이 가벼워질 것이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사람들이 쓰지 않았으면 하는 글이 있는데, 그건 바로 부정적인 글이다. 부정적인 기운이 고루 퍼져 있는 글은 써서 도움 될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극적인 제목에 잠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순 있겠으나,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결코 좋은 영향을 끼치진 못한다. 누군가를 지적질하면 나머지 손가락은 자기 자신을 향하는 법이다.


사람은 자신의 내면 속에 없는 면들은 타인을 통해 볼 수 없다. 유독 어떤 사람의 행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탓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을 그렇게 바라보는 자신을 탐구하는 게 정신 건강에도 짧지 않게 살게 될 남은 세월에도 이롭다. 거듭 말하지만 누군가를 저격하거나, 비난하는 글은 써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 타인을 나무라고 싶은 건 다른 게 아니라 단지 자기 자신이 옳다는 걸 드러내고 싶은 데서 오는 것뿐이다.


아무리 이치에 맞는 말을 한다 하더라도, 그런 글을 한 두 번 쓰기 시작하면 자극적인 맛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본인도 일종의 쾌감을 얻는데 심지어 독자들의 반응까지 좋으니 계속 자신도 모르게 그런 글을 더 쓰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누군가를 비난하기만 하는 글을 쓰게 된다면, '내가 맞다'라는 신념이 굳어진 나머지 거대한 망상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밝고 좋은 것보단 부정적인 것들에 이끌린다.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는 글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이목은 휘어잡을 순 있지만, 이내 일어나는 불편함에 의해 결국엔 외면을 받게 된다. 최악의 경우 부정적인 글만 쓰는 작가라는 이미지가 심어지면, 이후의 무슨 글을 쓰더라도 오히려 독자가 먼저 안 좋게 바라보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본능적으로 자극에 이끌리는 사람도 궁극적으로는 마음이 편해지는 걸 선호한다. 사람은 너무 좋은 상황에서도 들뜬 기분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공허함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컨텐츠를 접하면 양심과 도덕성이 흔들리고 심할 경우 평온했던 마음이 난잡하다 못해 엉망진창이 되기도 한다. 정신건강을 뒤흔드는 걸 자꾸 접하다 보면 인격도 변질된다. 가뜩이나 뉴스에서도 부정적인 소식만을 쏟아내는데, 굳이 애를 써가면서까지 꼭 안 좋은 글을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


사람은 목적 없이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안 좋은 이야기를 쓰는 건 본인의 눈에 안 좋은 것들밖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인 건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스스로 깨닫게 될지도 모르지만, 상황이 좋지 않으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인생을 어지럽히기만 하는 기운에 둘러싸여 고립될 수도 있다. 인간은 잠시나마 어둠에 발을 들일 수는 있지만 언젠간 등을 돌릴 것이다. 원래 살아있는 생명이란 어둠보단 빛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린 어둑한데서부터 이 세상에 도래했지만 다시 돌아가기 전까지는 빛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다. 빛으로써 살아야 할 시기에 굳이 어둠을 일부러 삶에 들일 필요가 있을까.


글은 작가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조회수를 뽑는 것도 좋고, 관심을 받는 것도 다 좋지만, 안 좋은 글을 쓰면 쓸수록 결국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글쓴이가 될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모든 인간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 점을 깊게 생각하다 보면 전에 없던 통찰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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