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새벽마다 일어나는 게 괴롭소. 새벽기상이 아무리 적응이 됐다고 한들 그 시간에 일어나서 뭘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것이지, 여전히 시원하게 일어나는 게 힘들기만 하오. 알람을 듣고 일어나면 눕고 싶고, 바로 양치를 하러 화장실을 가기보단 그전에 하염없이 스마트폰을 보며 천천히 잠을 깨고 싶소. 그래도 여보에게 당당하고 자신 있는 남자가 되기 위해 어김없이 어제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내일도 꾸역꾸역 씻고 집 밖을 나서 글을 쓰러 간다오.
하지만 새벽 일찍 일어나 밖을 나갈 때면 가장 힘든 건 따로 있소. 그건 바로 당신을 보지 않고 나가는 것이라오. 마음 같아선 눈을 뜨자마자 그대 곁에서 곤히 누워 있고 싶소. 여보가 잠에서 깨는 건 미안하지만, 잠이 덜 깨 부시시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대에게 파고들고픈 욕망은 그 어떤 충동보다도 강하게 일어난다오. 하다 못해 문을 살포시 열고 조용히 자는 모습만이라도 몰래 보다 나가고 싶소. 하지만 잠귀가 얼마나 밝은지 내 발소리가 당신 방쪽으로 가는 것만 들려도 잠에서 깨는 당신의 예민함이 한편으론 아쉽다오. 그럴 때면 당신이 조금은 무뎠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오.
마음 같아선 다 무시하고 당신에게 파묻혀 잠깐이나마 옆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처럼 조용하게 있다 가고 싶소. 하지만 내가 당신의 공간을 한바탕 휘젓고 가면 금세 다시 잠들지 못해 수면시간을 덜 채운 채로 하루를 피곤하게 시작하는 그대의 모습이 하루종일 눈에 아른거려 괴로움에 시달릴 것이오. 당신과 함께 하고픈 욕망을 채우는 대가로 그대의 피로를 불러온다면, 되려 그 사실이 날 더 괴롭게 만들게 뻔하기에 겨우 참아내고 이른 새벽에 집 밖을 나선다오. 그대를 향한 나의 마음이 불러오는 간절함과 아쉬움이 여전히 우리 사이에 맴돌고 있다는 게 기분이 좋소. 마치 힘찬 물줄기가 흘러넘치는 듯한 메마르지 않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것만 같소.
그대는 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을 주는 사람이오. 내가 혼자 어딘가에 빠져 있으면 그런 나를 알아보는 혜안과 꽉 막혀가는 마음에 숨구멍을 뚫어주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바로 그대라오. 주변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할 만큼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앞만 보고 달리길 좋아하는 의지에 심취해 내가 점점 굳어지고 있을 때마다 살포시 따뜻하게 감싸주는 그대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오.
평생의 거의 대부분을 혼자 생각하고, 혼자 해결하고, 혼자 넘어지고, 혼자 일어서며 살아오느라 고독과 외로움에 충분히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런 것들이 다시 낯설게 느껴질 만큼 더 이상 혼자 삶을 헤쳐나가는 느낌이 들지 않소. 다시 혼자가 되면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은 위기감이 들 정도로 무게감에 짓눌려 뭉쳤던 어깨가 한껏 풀어진 기분이 든다오. 하지만 감사할 부분은 감사하되, 결코 약해지지 않겠소. 당장의 행복과 안정에 심취해 무턱대로 살아가지 않겠소.
우리가 함께 하는 위대한 항해가 저 끝에 닿기 전까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겠소. 어떤 상황이 닥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갖은 지혜를 갖춘 훌륭한 사람이 되겠소. 그대가 아니면 할 수 없을 법한 다짐을 이 글을 빌어서 해본다오. 그대만이 오직 나의 심지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존재요. 덕분에 남은 여생은 우리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