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난 사실 조금 두렵소.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어쩌다 가끔 하는 게 아니라 거의 매일 그대를 바라보며 하기 때문이오. 행복하면 행복하는 데서 그치면 되지만, 난 원체 생각이 워낙 많은 인간종인 지라 너무 행복하니 되려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일어난다오. 그대가 내 삶을 밝혀주는 만큼 그대가 없는 시간들을 벌써부터 나도 모르게 한 번씩 스멀스멀 떠올린다오. 언제나 배우자는 내가 가장 헌신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소. 설사 그 배우자가 없이도 난 잘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소. 하지만 이젠 그 의지가 이전 같지 않다는 게 느껴진다오. 그대가 곁에 없는 세월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느려지고 체온이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오.
당신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오. 그대를 바라보고 있으면 강렬한 사랑의 욕망이 불타오른다기보다는 마치 세상이 느려지고 내가 그대에게 흠뻑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오. 그대의 얼굴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관찰하다 보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오. 하염없이 마음껏 쳐다보고 싶기 때문이오. 하지만 당신에게 빠져드는 내 표정을 보고 반응하는 그대의 흐뭇한 미소를 볼 수 있는 건 참 좋다오.
여보, 그대는 어찌 그리 사랑스러운 것이오. 가만히 서 있는 모습, 씻고 난 모습, 머리 말리는 모습, 옷 입는 모습, 거울 보는 모습, 화장하는 모습, 아이돌 노래 틀고 율동하는 모습, 빨래하는 모습, 내 눈썹 깎아주는 모습, 청소하는 모습, 우는 모습, 밥 먹는 모습, 요리하는 모습, 밥 먹는 모습, 배가 불러 처지는 모습, 눈이 반쯤 풀려 곧 잘 것만 같은 모습, 양치하는 모습, 춥다며 이불 싸매고 소파에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 자는 모습, 갓 일어나 산발머리에 부시시한 모습. 내 눈에 사랑스럽지 않은 게 하나도 없소. 난 내 안에 넘치는 사랑이 그 누구보다도 가득하다고 생각했소. 하지만 그런 흘러넘치는 사랑도 그대에게 쏟아붓다 보니 한참 모자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오.
여보 나를 만나줘서 고맙소. 난 그대라는 사랑스러운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이번 생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오. 그대 곁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남자로 살아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주의 축복을 듬뿍 받은 것만 같소. 오죽하면 그대를 만나기 전에 만나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오. 그간의 경험들이 있었기에 그대 앞에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오. 그대를 안을 수 있어서 세상 모든 만물에게 감사한 마음이 일어난다오. 비록 이런 마음도 언젠간 변할진 모른다고 생각하오. 그래서 더 기록으로 남기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사랑은 그 어떤 사랑보다도 특별하오. 보다 깊고, 보다 진하고, 형언할 순 없지만 몇 단계 위에 있는 고차원적인 감정을 그대를 매일 보며 느낀다오. 그대를 만난 건 천운이요. 그대와 이어진 건 기적이오.
난 아직도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할 수 없소. 하지만 내 멋대로 정의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난 사랑을 이렇게 정하겠소.
그대가 바로 사랑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