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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Nov 30. 2023

모든 일이 순서대로 일어날 수만 있다면

예상밖의 일이 우리의 삶을 덮칠 때 취할 수 있는 현명한 태도


모든 일들이 순서대로 나를 찾아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살다 보니 인생은 내가 원하는 순서대로 찾아오는 법이 결코 없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순서가 갑자기 중간에 끼어든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다. 미리 대비하지 못한 일을 대처하는 것은 꽤나 번거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살면서 순서가 엉망이 되는 경우는 많아도 결과적으로 상황이 크게 어긋난 적은 별로 없었다. 웬만큼은 다 견딜만한 일들이었다.


어떤 것을 간절하게 원하면 순서는 자연이 알아서 맞춰주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은 보이는 것 이상의 그 무언가는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순서라고 부르는 것도 사람의 머릿속으로 만들어 낸 퍼즐조각에 불과하지 않을까.


문제는 그 퍼즐조각이 다 들어맞는다고 해서 원하는 그림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순서는 잘못된 게 없다. 순서를 통제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타날 거라고 확신하는 근거 없는 판단이 불행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인간의 생각으로 만들어 낸 순서는 조잡하고 오류투성이다. 사람의 손을 타는 일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런저런 관념들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다는 이유로 나름의 순서를 정해놓고 그 순서대로 일이 척척 일어나는 것에만 갖은 애를 쓰게 된다면 과연 원하는 일이 진짜 일어날 수 있을까. 혹 일어난다 하더라도 본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늦게 일어난다면 이미 그전에 포기해버리진 않을까.


나도 내가 원하는 모든 일들이 바라고 원하는 순서대로 착착 일어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하지만 예상밖의 일들이 우리의 삶을 덮쳐와도 이것 또한 '순서의 일부'라고 생각할 줄 아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남은 여생을 그나마 좀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로운 처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오늘에 이르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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