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Dec 05. 2023

이젠 새벽에 일어나지 않는 게 불편하다

힘들어도 새벽기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젠 새벽에 일찍 일어나지 않는 게 불편하다. 찰나의 순간만 힘들면 하루 온종일 편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순간을 참지 못하면 꽤 오랜 시간 동안 불편한 마음을 안고 있어야 한다. 기껏해야 새벽에 2시간 남짓한 시간에 뭘 대단한 걸 할 수 있겠냐만은, 내겐 그 2시간이 하루의 질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보통은 글을 쓰지만 글이 안 써질 때도 많고 책을 펼쳐도 유독 눈이 아린 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에 일어나서 꿈틀댄다는 것 자체가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준다. 그렇게 쌓인 자기 신뢰 덕분에 난 삶을 전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다. 좀 불편하더라도 새벽기상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가끔은 내 욕심이 너무 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 이틀 정도는 그냥 넘어가도 되는데 하루만 제시간에 못 일어나도 기분이 언짢아진다. 내가 나를 만난 게 불쌍하게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여물지 못한 나는 '그런 한 두 번'이 나를 무너지게 한다는 것을 이전의 수많은 작심삼일을 통해서 배웠다.




사람들이 흔히 허송세월이라고 부르는 하찮게 여기는 시간들도 나름의 가치가 있는 법이다. 그런 순간들을 외면하지 않고 깊게 들여다보는 용기를 발휘한다면 분명히 배울 만한 무언가가 들어 있다고 본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 자신이다. 그러나 그런 나를 언제나 철석같이 믿진 않는다. 내 안에는 내가 모르는 수많은 또 다른 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사람만큼 속을 알 수 없는 요물이 없고, 난 그런 요물 중 하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처음엔 내가 요물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얼마나 많이 당하고 살았는지 모른다. 사람의 의지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것은 애초에 그 의지에는 주인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인간의 심리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미라클모닝이 좋은 건 내 안의 요물이 깨어나 활개를 치기 전에 하고자 했던 일을 웬만큼 해낼 수 있어서다. 요물의 특징은 '다수'를 따라간다는 것이다.


그놈이 일어나기 좋아하는 시간은 많은 사람들이 능기적대면서 일어나는 시간이고, 그놈이 좋아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나 드라마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이른 새벽에는 그 요물 같은 놈도 존재감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불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불편한 기분이 드는 것을 원하는 인생의 방향으로 한걸음 나간다고 여길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그 모든 불편함은 일종의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며 모든 것은 그 실체가 고정적이지 않다. 어쨌든 지금과 다른 삶을 도모하려면 수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필수적이다. 아마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되면 그때쯤은 깨닫지 않을까. 그 모든 불편함이 실은 다 나를 밀어주기 위한 자극이었다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관계의 최전선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