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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Dec 06. 2023

승부욕이 없는 내가 유일하게 이기고 싶은 것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


난 승부욕이 없다.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대신에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한다. 내가 누군가를 이기게 되면 기쁜 마음보다는 상대방의 감정에 동요되어 불편한 마음이 더 강하게 일어난다.


그러다 보니 뭘 해도 난 그냥 내 할 도리만 다 할 뿐이었다. 다른 사람을 이기면 물론 좋지만, 못 이겨도 괜찮았다. 이겨봤자 그 좋은 기분은 잠깐 스쳐 지나갈 뿐, 내게 커다란 의미로 남을 만한 승리는 여태껏 없었다.


다만, 유독 내게는 지기 싫었다. 매번 굳은 의지는 항상 정신 차리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마음덩어리, 생각덩어리에 사로잡혀 계획했던 일을 거의 해내지 못할 때는 견디기가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져도 괜찮지만 나 자신한테 만큼은 지기 싫었다. 다른 사람한테 지는 건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일어나지 않는데 나를 정복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패배감은 많이 쓰라렸다.




난 착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고, 나쁜 사람이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이성적이고 본보기가 될 만한 지혜를 갖춘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 편이다. 때문에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 자신에게 매번 이기지는 못할지언정 지는 횟수라도 점점 줄여나갈 필요가 있었다.


고로 자기 관리는 내게 의무였다.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요동치는 마음을 통제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평소에 하는 명상, 운동, 독서, 글쓰기 같은 활동은 모두 나를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나를 이긴다는 건 찍어 누르는 게 아니라, 나와의 통합을 뜻한다. 내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자아들과 최대한의 일치화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내면의 요물들은 평소에는 오합지졸에 불과하지만, 나와 힘을 합치기만 하면 내가 가진 잠재능력을 활성시켜 주는 훌륭한 지원군이 될 거라고 믿는다.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부하거나 외면하면 내면의 에너지는 분산되어 흩어진다. 그런 상태로는 간단한 성과 하나도 이뤄내지 못한다. 혹 뭔가를 달성하더라도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아니라면 성취감은 공허함이라는 연기로 승화되어 내면을 가득 채울 것이다.


사람은 좋아서 하고 싶고 뜻이 있어서 하는 것보다는 의외로 뭔가를 회피하기 위해서 하는 것들이 더 많다. 내외면적인 통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어렵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간다면 세상 분위기에 등 떠밀려 살거나, 정체 모를 무언가에 쫓기듯 살게 될 확률이 높다. 그것도 꽤 오랜 시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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