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여부는 생각 차이에 달렸다
학생 신분이었음에도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좋은 습관을 왜 들여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습관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허나, 중요하게 생각하면 뭐하겠는가. '나쁜 습관을 없애자', '좋은 습관을 들이자'와 같은 말은 '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부자가 되겠지'라는 것처럼 망상에 가까운 쓸데없는 말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쁜 습관을 없앨수도, 아무리 애를 써도 좋은 습관을 들일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나약한 의지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근데 살다 보니 나같은 사람은 수두룩했다. 작심삼일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소양 중 하나였다.
덕분에 습관은 습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탓을 떠넘기곤 했다.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기 전까지는.
그 책을 읽었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변한 건 없었다. 다만, '작은 행동'이라는 키워드 하나가 마음 속에 남았을 뿐이었다. 그 여파로 이후의 습관 들이기를 할 때 문득 작은 행동이 떠올라서 '작은 것'에 한 번 집중해봤다.
새벽기상을 할 땐 '일찍 일어나서 책 읽고 운동해야지'가 아니라, 알람 듣고 일어나면 '양치질만 하나만 하자'라고 마음 먹었다.
글을 쓸 땐 '하루에 3,000자 이상의 글을 쓰자'가 아니라, '한 줄부터 쓰고 보자'라고 마음 먹었다.
설거지 하는 게 귀찮을 땐 '손에 물부터 묻히고 보자'라고 마음 먹었다.
이처럼 마음 하나 작게 먹었을 뿐인데 새벽기상과 글쓰기는 일상이 되었고, 설거지가 아무리 귀찮아도 내 몸뚱아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데는 물 한 방울이면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원래 난 습관을 건드릴 때면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고,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 정도는 해야 습관이라는 놈을 정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그게 문제였다.
내가 간과했던 건 '작은 행동'이었다.
작게 시작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이미 난 습관으로부터 질 수밖에 없는 겨루기를 매번 시도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작은 행동을 무시하는 것의 대가는 결코 작지 않았다.
난 그동안 의지가 약해서 습관들이기를 실패했던 게 아니었다. 습관 들이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던 것뿐이었다.
뒤늦게나마 작은 행동의 중요성을 느끼고, 사소한 행동들이 모이고 모여 굳어진 습관들로 유의미한 삶의 변화를 이룩하고 나서 깨달은 점은 다음과 같다.
1. 작은 행동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건, 작심삼일을 목표로 하겠다는 말과도 같다.
2. 작게 시작할 생각이 없다는 건, 습관 들이는 방법을 전혀 모른다는 것과도 같다.
누군가 습관 들이고 싶은 사람이 내게 도움을 청한다면 고민하지 않고 '작은 행동'에 집중하라고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작은'이 아닌, '행동'에 의지를 담으라고 할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실제 '작은 행동'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현실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건 '행동'뿐이다. 어떤 행동을 작다고 여기는 그 오만한 생각이 언제나 발전을 가로막는다.
고로 생각을 달리 하면 된다.
습관의 여부는 생각 차이에 달렸다.
작은 행동은 작은 습관을 만들고, 작은 습관은 작은 믿음을 낳는다. 그런 믿음들이 모인다면 비로소 거대한 습관도 가볍게 다루는 거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