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찾는 게 이미 갖고 있는 것일지도
책 '견디는 힘'을 읽고 나서
저자 - 스테르담
책 '견디는 힘'은 작가 스테르담의 통찰력이 스며든 에세이들을 가볍게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었다. 한 가지 주제로 관통하는 책이 아닌, 짤막한 글들을 모아놓은 모음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류의 책은 목차를 보고 눈길이 가는 제목만 시간 날 때 짬짬이 골라 읽기 좋다고 생각한다.
30% 정도쯤 읽었을 때 어느 정도 책 전체에 대한 감이 잡혔던 나는 읽고 싶은 부분만 읽기 위해 목차를 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목차를 접고 읽던 부분부터 다시 읽어 내려갔다.
그 이유는 '스테르담'이라는 작가를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저의 작가이름도 잘 외지 못하는 내가 스테르담을 기억하는 이유는 브런치 덕분이었다.
작가로서의 유명세는 잘 모르겠지만, 브런치에서만큼은 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몇 년을 운영해도 구독자 천 명이 되기 힘든 브런치이지만, 그의 구독자 수는 1.3만 명이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구독자 수와는 관계없이 글쟁이로서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매일 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받은 영감을 받았다.
브런치는 여느 플랫폼과는 달리 특유의 폐쇄성과 압박감이 두드러지는 곳이다.
브런치의 시스템들이 이용자들에게 부담을 주려 하는 목적으로 구성된 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게 구조로 되어 있는 게 바로 브런치다.
이를테면 작가 승인을 받은 사람만이 글을 발행할 수 있는 곳, 알 수 없는 내부심사 기준을 통과해야만 달리는 크리에이터 배지, 출판사 편집자들이 눈여겨보는 플랫폼이라는 점 등이 그렇다.
때문에 브런치에서 짧은 주기로 꾸준히 글을 발행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출간한 책이 있는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 스테르담 작가가 유독 눈에 띄는 건, 출간 경력이 있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브런치에 글을 발행한다는 점이었다.
경험상 브런치에서 그런 작가는 스테르담 외에는 본 적이 없다.
책 '견디는 힘'에서는 작가 스테르담의 일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사람이 평소에 어떤 사유를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매일 꾸준히 글을 써나가는지 등을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느낀 바로는 '견디는 힘은 일상의 루틴에서 나온다', '그런 루틴은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평소 하던 일에서 찾아내는 것'이라는 내용이 가장 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핵심이었다.
쉽게 말해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찾아냄으로써 삶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일상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면 나름의 해법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그 과정에서 '견디는 힘'까지 얻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평범한 날을 선호하고, 일상을 사랑하는 나여서 더 그렇게 와닿은 건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어쨌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평범한 날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특별한 날'은 특별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한 날로 자리매김한다. 이를테면 주말이나, 결혼기념일, 생일, 해외여행 가는 날 같은 것들 말이다.
'평범한 날'이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으로 전락하는 건, 평범한 날의 기본특성이 그러해서가 아니라,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다른 날들을 특별한 날로 정의해 버리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고로 달리 생각하면, 평범한 날도 얼마든지 특별한 날로 여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마음가짐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루틴은 특별한 날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고유한 루틴을 평범한 날에서 발견하고 또 거기서 나름의 쾌감을 얻을 수만 있다면, 인생이 좀 더 견딜 만 해지지 않을까.
주말을, 생일을, 연말을, 명절을, 공휴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지극히도 평범한 평일을 기다리는 삶을 살게 된다면 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아무래도 인생의 대부분은 평일의 비중이 압도적이니까 말이다.
특별한 날은 평일을 집어삼키지 못하지만, 평일에 의지를 불어넣으면 특별한 날은 얼마든지 이겨먹을 수 있다.
'특별한 날'같은 건 원래부터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