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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an 09. 2024

겸손을 지향하되, 판단은 지양해야 하는 이유

후회 없이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사실,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나'와 연관된 거의 모든 것들이 그렇다.


당신이 누구냐는 물음에 많은 사람들은 이름으로 그 답을 대신한다. 그리고 그런 이름을 자신의 정체성과 결부시킨다.


그러나 이름은 내가 아니다. 이름은 나와 타인을 구분하기 위한 용도로 붙여진 명칭이다. 별명의 속성은 이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함도 일시적으로는 이름일 수 있다. 내 이름이라고 여기는 건, 단지 나를 부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비중으로 언급하는 단어일 뿐이다.


내 성격 같은 것도 없다. '내가 믿고 있는 성격'만이 있을 뿐이다. 믿는다고 사실이 되진 않는다. MBTI로 성격의 유형을 판가름하는 사람 앞에선 침묵으로 대응하는 이유다. '너도 나랑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나처럼 하게 될 거야'라는 말은 내가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다.


내향적인 사람이 때로는 외향적인 면을 비추는 것도 애초에 정해진 성격이라는 게 없어서 그렇다. 마음의 변덕은 바람 앞에 놓인 촛불의 일렁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은 비슷한 일을 겪더라도 얼마든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기준이 다른 만큼 너와 나의 차이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비슷하게 보인다고 해서 비슷하게 여기는 건, 사유의 흐름이 망막에 맺히는 상을 초월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과도 같다.


겸손을 지향하되,

판단은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의 변화를 주고 싶다면, 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면 원래부터 알고 있던 것들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새로운 생각을 하는 데 있어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철저히 의심해 보는 것만큼 괜찮은 방법은 없다. 평소 알고 있던 것들을 가만히 사유하다 보면 꽤 많은 부분이 나와는 전혀 무관한 '누군가의 의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 생각이라고 여기지만, 실제 내 생각이 아닌 것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빈약한 근거

성장환경 또는 사회적 통념으로 인해 머릿속에 들어찬 생각들은 보통 근거가 부실한 편이다.


"대학교는 왜 가고 싶어?"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하니까."


"왜 서른 살에 결혼하고 싶어?"

"남들 다 그때쯤이면 하니까."


라는 식으로 말이다.


'당연함' 또는 '무조건'을 동반한다

사념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게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세상엔 고정불변한 것이 하나도 없지만, 본인의 생각과 관계없는 생각일수록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부부는 무조건 같이 자야지."

"왜?"

"결혼했으니까."


"술은 두 손으로 따라야지."

"왜?"

"당연히 그게 예의니까."


라는 식으로 말이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과 행동양식들이 마음에 무작위로 들어차는 건 통제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것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나름의 근거를 세울 만한 여지는 충분하다.


'의심'이라는 열쇠로 '나'라는 문을 열어보지 않고서는 온전히 나답게 살아가는 삶은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나답지 않게 살아간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다. 꼭 내 생각, 내 것만을 고집하며 살아갈 필요는 없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인 만큼 남들의 가치관이나 생활방식 중에서 괜찮은 게 있으면, 내 일상으로 가져오는 것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유입된 관념, 즉 내 생각이 아닌 생각을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건 바로잡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특히 삶의 결핍을 느끼거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간절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행여나 여태 알고 있던 사실의 진실여부를 파악했음에도 전처럼 살아갈 수 있지만 전혀 관계없다.


더 나은 인생이라는 것도,

실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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