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죄가 없다
나쁜 짓이라는 걸 하고 살았을까.
친구들과 싸우고, 담배 피고, 술 마시고, 오토바이 타는 게 나쁜 짓이라고 한다면 난 착한 놈이었다.
근데 공부를 하지 않는 것도 나쁜 짓이라고 한다면 난 천하에 나쁜 놈이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말이다.
그럼 대학생 때 세상 열심히 공부를 했던 난 착한 놈으로 진급했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천성은 나쁘지만, 개과천선했다고 한다면 그건 괜찮을까.
그리 따지면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놈, 나쁜 놈이 어딨을까. 좋은 놈도 그때 그 순간, 나쁜 놈도 찰나에 불과한 것을.
공부도 할 때가 있고 하지 않을 때가 있다. 뭔가 해로운 것에 중독된 사람도 본인 노력이나 어떤 계기로 인해서 다시 평범한 상태로 돌아오기도 한다.
좋은 짓, 나쁜 짓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건 '짓'뿐이다. 그 짓의 출처가 되는 수많은 짓들과 그 짓으로 인해 파생되는 수많은 짓들과 함께 말이다.
그 짓들 사이사이에 좋고 나쁨은 낄 자리가 없다. 인간이 도무지 인식하지 못하는 범위 밖에서 넘어오는 원인들이 모여 하나의 짓을 이룬다.
고로 사람은 죄가 없다.
정말 존재는 아무 잘못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