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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an 13. 2024

사람들에게 더 이상 새해 인사를 돌리지 않는다

해가 넘어가도 내 세상과는 관계없는 일


한때는 '인맥관리'라는 것에 미쳐 있던 시절이 있었다. 나를 스쳐가는 모든 인연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았었다. 같은 학교를 나왔던 친구들은 물론이고, 알바하다 만난 사람들, 학원에서 만난 강사님들 등 모든 사람들의 번호를 저장하고 다녔었다.


해가 넘어갈 때와 명절이 다가오면 사람들에게 인사 돌리는 데만 거의 2시간이 걸렸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일일이 카톡을 남기는 건 상당한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럴 일이 없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내가 인맥관리를 대체 왜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떠오른 뒤로는 그 짓(?)을 청산했기 때문이다. 


나름 몇 년 간 인사를 꾸준히 먼저 돌렸음에도, 내가 나서지 않으니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다섯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 현실을 마주하니 허탈한 마음보다는 이제라도 인맥관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이 지나가고, 2024년이 밝았지만, 내 세상과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2023년의 마지막 날이든, 2024년의 첫날이든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무리하는 일상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12월 31일에도 1월 1일에도 부모님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대신 하루종일 아내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함께 먹을 파스타를 요리하고, 거실과 안방을 옮겨가며 아이패드로 예능을 함께 보고, 함께 산책하고, 각방을 쓰던 평소와는 달리 함께 잠을 자고, 같이 눈을 떴다. 


더 이상 난 연말을 기념하여 사람들과 만나지도, 새해를 기념하여 일출을 보지도 않는다. 그 시간에 좀 더 읽고, 좀 더 쓴다. 평소처럼. 그게 삶의 경이로운 행복이라는 것을 언제부턴가 깨달았다. 


갈수록 연말, 연초, 새해, 생일 뭐 이런 날들에 대해서 무의미함을 느낀다. 그런 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런 날들을 지내보면 하나같이 별 거 없었다. 


해는 어김없이 뜨던 자리에서 뜨고, 지던 자리에서 진다. 달도 별도 구름도 고개만 들어 올리면 언제나 하늘을 수놓고 있다. 


문제는 항상 사람의 마음이었다.   



  

2023년의 1년 동안 혼자만의 공간에서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조용히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었던 건 아내의 서포트 덕분이었다. 


이른 새벽에도, 퇴근하고 나서도 카페를 들러 글을 쓰다가 잘 시간이 다 돼서야 집에 들어가는 생활 패턴을 아내가 이해해주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써왔던 글과 나의 성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1년 내내 어김없이 내 꿈을 지지하고, 내 생각을 믿어주고,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을 응원해 줬던 아내였다. 그래서 연휴 동안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을 가지고, 새해 첫날 일출을 보러 가고, 의지를 가득 실어 새해다짐을 하는 대신에 난 아내와 함께 있는 순간들을 온전히 느끼는 데만 몰입했다. 


어차피 신년계획은 필요 없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지난 해나 올해나 변함이 없고,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평소처럼 하던 것을 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간만에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다 내려놓고 아내와 함께 온전히 시간을 보내다 보니, 아내가 얼마나 내게 소중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아내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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