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그저 오늘 하기로 한 일들을 하는 것뿐
독서를 취미로 들이니 가장 좋았던 건 일상이 단순해졌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부터는 '심심하다', '할 거 없는데 뭐 하지'라는 생각 자체를 거의 하지 않고 살아왔다. 다른 사람들이 '심심하네', '이따 뭐 하지', '주말에 뭐 하고 놀지'라는 말을 할 때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할 게 없을 때는 책을 읽으면 될 일이었다. 약속시간에 친구가 늦으면 책 읽을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가끔은 약속 상대가 늦길 바라는 상상도 했다. 가방에 다른 건 몰라도 책은 항상 들어 있었다. 어디서든 읽을 수 있게끔 말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일상의 모든 틈새가 메꿔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젠 독서도 모자라 글쓰기도 한다. 가뜩이나 읽을 책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글도 쓰려니까 하루 24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마 48시간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테다.
신선놀음이라도 하는 것마냥 뭘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맘 편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든다. 그에 비해 난 혼자 세상 바쁜 사람처럼 굴어대느라 나를 못살게 구니까.
하지만 사소한 것들엔 그만큼 마음이 빼앗기지 않아서 좋다. 어떤 글을 쓸지, 어떻게 글을 써 나갈지,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더 많은 글을 쓰기 위해 생활패턴을 어떻게 바꿔볼지 그리고 그 많은 것들을 해나가면서 아내와는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을지와 같은 것들을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
그래서 그런가. 난 월요병이 없다. 월요일은커녕 한 달이 지나가는지 계절이 흘러가는지도 잘 모른다. 2023년에서 2024년으로 넘어가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는다.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 난 오늘이 중요하다. 오늘 내가 하기로 한 일들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하면 꾸준하게 잘할 수 있는지 오늘이라는 기회 안에서 연구하고 실천할 뿐이다.
오늘에 비하면 과거나 미래는 그다지 큰 의미로 여기지 않는다. 현실과 동떨어진 시기를 '지금'보다도, 더 많이 맘 속으로 여미는 건 건강하지 못한 신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