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알아차리고 마음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모든 판단은 착각이다'라는 충격적인 문장을 접하고서부터 마음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인간의 마음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럴수록 나도 내 마음을 조절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커져갔다.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뭔가 초월한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마음은 마음 하나 먹는다고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약해빠진 인간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마음을 지켜보는 것, 마음에 일어나는 것들을 가만히 흘려보내는 것뿐이었다. 그 이상으론 마음에 일어나는 작용도, 마음을 정화시키는 작업도 결코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었다.
마음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는 건, 두 발로 걸어 다니면서 하늘을 날겠다는 욕망을 품는 것과도 다름이 없었다.
그런 현실이 절망적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적이기도 했다. 사실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마음을 지켜보고 흘려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조절한다는 건 그게 전부였다. 마음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면 그저 가만히 있다가, 자연스럽게 흘러나가는 과정을 덤덤하게 지켜보는 것 말이다.
그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간단한 걸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숱한 사람들이 마음 안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면 찰나를 스치는 자극에 휘말리고, 그걸 멋대로 해석하는 생각에 정신이 옭아매여 꼼짝을 못 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생각은 주인이 없지만, 내면 깊은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은 온전한 내 것이라고 본다. 고로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것의 주인은 생각이 아니라, 나여야 한다고 본다.
오절없는 생각은 그저 나를 스쳐 지나갈 뿐이다. 생각은 외부세계의 흐름에 의해서 우연히 내게 잠시 흘러들어왔다가 다시 쓸려나갈 뿐이다. 찰나의 순간을 참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은 가만 놔두면 사라질 생각을 애써 부여잡은 채 스스로 괴롭히기를 남몰래 즐길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끝없이 반복될 뿐이다.
의미 없는 잡생각들을 일일이 내 것이라고 여기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생각들을 굳이 통제하려는 욕망을 내려놓지 못하면 죄 없는 마음만 곪게 된다. 일부러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면, 마음을 지키고 싶다면 이제부터라도 주인 노릇을 해야 한다. 생각이라는 놈으로부터 주도권을 다시 되찾아와야 한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면,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지키고 싶다면 그놈의 주인인 나 자신이 나설 수밖에.
생각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돌보면 비로소 삶이 한결 살아가기 수월해질 거라고 확신한다. 아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래부터 우리네 인생은 힘들지 않았으니까. 그 오색찬란한 세월에 잿빛 계열의 우중충한 필터를 씌운 게 바로 생각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