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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09. 2024

위험하기 짝이 없었던 나의 운전습관

안전운전의 여부는 습관에 달려 있었다


난 운전할 때면 좌회전 깜빡이를 '선택적'으로 사용했었다. 차선을 좌우로 옮기거나, 직진과 좌회전이 동시에 가능한 차선 위에서 좌회전을 할 경우에만 말이다. 반면에 좌회전 전용 차선에서는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 '어차피 좌회전 밖에 되지 않는 차선이니,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위에 있는 자동차는 무조건 좌회전을 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나였기에 좌회전 전용 차선에서도 좌회전 깜빡이를 키는 앞차들을 볼 때면 '굳이 여기서도 깜빡이를 키는 건 귀찮지 않나'라는 생각을 종종 했더랬다.


그런데 그 생각이 최근 들어 변했다.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만 깜빡이를 사용하다 보니, 차선을 옮길 때 깜빡이 켜는 것을 빼먹는 바람에 아찔한 상황을 초래하는 일이 점점 빈번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나의 좌회전 사용법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운전방식이었다.


조금만 잘못해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도로 위에서, 매 순간마다 상황을 고려하여 '적절함'이라는 내부의 승인이 떨어져야 깜빡이를 사용하는 건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상황의 적절성을 고려한다 한들 겨우 눈앞의 시야로만 모든 판단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성과 무의식의 반응속도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차선을 옮길 때마다 깜빡이를 켜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좌회전만 되는 차선 위에서는 '안 켜도 된다'라는 생각으로 깜빡이를 굳이 키려 하지 않으니, 그 여파가 정작 깜빡이를 무조건 켜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지고야 마는 것이다.


좌회전이나 우회전이나, 도로에 차가 있든 없든, 차선이 어쨌든 간에 '가리지 않고' 평소에 깜빡이를 잘 키고 다녀야 중요한 순간에 깜빡이 사용을 누락시키는 치명적인 실수를 예방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사람의 생각은 언제나 옳지 않다. 아무리 주변상황을 잘 살폈어도 정신이 잠깐 다른 데 가있으면 생각은 착각을 충분히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결국 습관의 문제였다.


방향을 틀 때마다 별도의 생각을 거치지 않고 알아서 손이 움직이게끔 만드는 게, 여태껏 운이 좋아 유지할 수 있었던 무사고운전 타이틀을 방어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이젠 이유와 장소를 따지지 않고 방향을 틀 때면 무조건 깜빡이를 킨다. 운전경력이 짧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게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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