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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0. 2024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 뭐라도 좀 하세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린 핵개인이 되어야 한다


송길영 작가님, 삼일문고 

독서모임 없이도 책을 혼자서 잘만 읽던 내가 굳이 독서모임에 들어간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모임의 한 회원분이 언급해주지 않았더라면, 근방 서점에서 송길영 작가님이 온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을 터였기 때문이다.


무료강연은 아니고 유료였다. 이만 원. 그런데 송길영 작가님의 신간 '시대예보'가 포함된 금액이었다. 새 책이 포함된 강연료가 이만 원이라니. 솔직히 돼도 안 한 책도 18,900원 정도씩이나 하는 세상에 송길영 작가님의 새 책을 포함한 강연료가 이만 원이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송길영 작가님을 우상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분은 유튜브 영상으로만 몇 번 봤을 뿐이다. 다만, 송길영이라는 사람이 궁금했을 뿐이다. 그분을 보다 보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은 누군데 말을 저렇게 잘할까.' 

'저런 사람을 아버지로 둔 사람은 어떤 느낌일가.' 

'나도 저분처럼 말을 잘할 수 있을까' 

'난 왜 저 사람을 이유가 납득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시점부터 부러워하고 있을까'


그런데 그분을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연예인이 지나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꿈쩍 않는 내게 그 사람은 뭔가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이 느껴졌다. 왠지 가수가 먹방유튜버를 보며 연예인 같다며 신기하다고 말할 때의 그 느낌과 비슷할 거라 예상해 본다.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를 쓴 송길영 작가님이 삼일문고에 모인 사람들에게 전한 핵심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 뭐라도 좀 하세요."


강연의 소감을 말하자면, 약간의 공포심을 느꼈다. 이미 예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변하고 있는 시대가 훨씬 더 빨리 변하고 있다는 현실이 와닿는 것 같았다.


현대인들이 핵개인(자신의 삶에 주체적인 자기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게 맞다면, 조만간 '채용'이 아니라 '영입'의 시대가 도래하는 게 전혀 엉뚱한 얘기가 아니라면, 아무 생각 없이 그 어떤 개발도 계발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건 위험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미 세상은 기존의 낡은 방법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그만큼 본인만의 독보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하지만 것도 모자라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면서 인간의 머리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질 거라는 송길영 작가님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끔 어르신들이 매장의 키오스크 앞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 뻘쭘하게 서 있다가 이내 결국 되돌아 나가는 애석한 광경이 윗세대만의 일 같지가 않았다.


'지금의 난 괜찮은가.' 

강연을 듣는 내내 마음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나를 향해 되뇌었다. '현대인들은 기껏 생존의 문제를 극복해 놓고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말이다.


인간은 더 이상 먹고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인간들의 최대 걱정은 당장에 먹고살 걱정이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같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당장에 우리가 처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들이 되려 우리의 밥그릇을 앗아가고 있다. 그릇만이 아니다. 밥도 뺏어간다. 심지어 밥도 모자라, 자신들의 창조주인 인간이라는 종의 멸종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것 같다. 저출산, 고령화사회를 머금은 인구감소가 그 예라고 본다.




무서운 이야기로 겁을 주고 나서, 송길영 작가님이 당근이랍시고 들려준 대안 중 인상 깊었던 건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어떻게 해석할진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정말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요즘은 자극적인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사람은 스스로 생각이란 걸 하고 산다고 여기지만, 생각을 함에 있어서 필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머릿속으로 하는 생각들이 어디에서부터 왔느냐는 점이다. 알고 보면 평소 하는 대부분의 생각들은 명확한 출처가 없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 아닌 생각들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요컨대 내 생각이 전혀 아닌 생각들을 '내 생각'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살아가는 것이다.


진짜 내 생각을 가려내려면 마음에 들어차 있는 가짜 생각들부터 알아차려야 한다. 때문에 송길영 작가님이 언급했던 '생각하라'는 말은 "이젠 환상으로부터 깨어나 핵개인으로서(진정한 나로서) 제대로 살아가세요."라는 말처럼 들렸다.


강연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아무 생각 없이 살았었던 20대 초반까지의 나날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내 안의 가짜들을 발견하고, 글쓰기를 통해 그것들을 조금씩 덜어내고 있는 요즘의 일상도 함께 생각났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만간 세상이 뒤집어질 테니, 핵개인으로서 뭐라도 하세요."라는 송길영 작가님의 경고 아닌 경고에 쫄지 않을 정도로는 지내고 있었으니까. 미숙하지만 결코 어영부영 살진 않았으니까. 숱한 실패는 겪을지언정 끊임없이 뭔가를 계속해 오고 있었으니까.


늦은 시간 집에 들어와 하루를 이쯤에서 마감할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대충이라도 끄적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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