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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1. 2024

어느 순간 그 친구가 모임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크게 다르지 않나 보다


난 친구집에 놀러 가도 친구의 아이들을 돌보기는커녕 놀아주지도 않는다. 귀엽긴 하지만, 그다지 관심이 잘 안 간다. 갈수록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친구들과 한 두 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지, 아이들과 놀아준답시고 시간을 뺏기는 건 싫다. 체력과 기가 빨리는 건 덤이다.


그런 나와는 달리, 조카들이 너도나도 달라붙는 친구가 한 명 있다. 걔는 누가 봐도 애들과 잘 놀아준다. 당연히 아이들의 아빠와 엄마는 좋아한다. 내가 봐도 신기할 정도로 잘 놀아준다. 꼭 우리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애들을 보러 온 것처럼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당연시되는 듯했다. 그 친구가 오는 날이면 애아빠들은 그 친구에게 자석이라도 달린 것마냥 아이들을 자연스레 맡기기 시작했다. 그 덕에 나머지 애들은 즐겁고 편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그 친구의 희생 덕분에 말이다.


난 그런 그가 그저 신기했다. 내겐 없는 마음이 저 놈에게 있는 건가 싶었다. 애들과 놀아주며 얼굴이 시뻘게지는 걸 보니 확실히 몸은 버거워하는 것 같은데, 표정에 싫은 내색이 없었다. 착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애가 비혼주의까진 아니더라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매우 얕다는 게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괜히 뭔가 아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근데 그런 놈이 언젠가부터 친구 집에서 모인다고 하면 오지 않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

사람은 다 똑같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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