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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19. 2024

부모님이 날 방치한 덕분에 얻게 된 것

요즘의 부모들이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


난 어릴 때부터 막 자랐다. 부모님의 보호를 받긴 했으나, 딱히 보살핌을 받은 기억은 별로 없다. 그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싸우느랴 장사하느랴 본인들 삶을 쳐내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였다.


근데 뭐 나만 그랬을까. 함께 놀던 동네 친구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우리가 땅에서 뒹굴든 서로 치고 박고 싸우든 폐박스로 집을 만들어 그 안에서 낮잠을 자든 어른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나마 저녁노을이 질 때쯤이면 "밥 먹어!"라는 엄마들의 외침에 따라 각자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1년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나의 면역력은 부모님의 '내버려둠' 덕분이 아닐까 한다(물론 유전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부모님이 나를 방치(?)한 덕분에 어릴 때부터 바깥에서 온갖 세균과 수없이 싸워왔기 때문이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면역이 길러질 만한 경험이 없는 관계로 온갖 지병에 시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혼자 막 자라다 보니, 언제부턴가 '부모님은 내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라는 인식이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그게 좋은 건 아니지만, 덕분에 난 '알아서 뭔가를 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세상에 믿을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우치고 나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케어를 지극정성으로 받고 자랐다면,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겠다'와 같은 생각이 마음 깊이 자리 잡게 될 일은 아마 없었을 거라고 감히 확신해 본다.




내가 그렇게 자라온 탓인지, 요즘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것만 해주려고 애를 쓰는 게 조금 위태로워 보이긴 한다. 물론 자식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겠지만, 본인들 생각에 좋은 게 무조건 좋을 것이라 여기는 그 생각만큼은 위험해 보인다.


요즘은 온갖 정보를 각종 온라인 매체, SNS, 뉴스를 통해 얻는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얻은 정보들이 실은 함부로 신뢰할 수 없는 누군가의 주관적인 의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간과하는 듯하다. 객관의 본질은 주관인데도 말이다.


검색자들은 나름의 사실여부는 따지지만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어떤 건 철석같이 믿으면서, 어떤 건 근거도 고려치 않고 배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살아가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기어코 찾아내 본인의 타당성을 추출한다.


예전보다 아픈 애들이 더 많이 보이는 건 괜한 기분 탓일까. 많은 사람들이 지출하고 있는 사교육비가 밑 빠진 독에 물을 들이붓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착각일까.


이런 내 생각은 편협한 사고방식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진실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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