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은 환경설정에 달렸다
미루고 싶은 마음은 깨끗하게 정화되지 않는다. 한 달 동안 일 년 내내 꾸준해도 미루고픈 마음은 도망가는 법이 없다. 오늘 아침에도 꾸준하던 사람이 마음을 놓으면 당장에라도 게으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게 정상이다.
보통 미룸을 이겨내고자 할 때 주로 사람들이 쓰는 방법으로 열정이나 의지를 동반한다. 하지만 경험상 그것들은 언제 어디서 날아와서 어떻게 감쪽같이 사라질지 도통 예상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감히 믿을 만한 게 아니었다.
새벽기상과 글쓰기를 습관으로 들였던 나날들을 곱씹어 보면 미루는 마음을 이겨내는 확실한 방법은 주변환경을 조정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새벽기상을 습관 들이기 위해 알찬 루틴을 짜고 굳게 다짐하는 것보다는, 스마트폰을 침대 머리맡이 아닌 저 멀리 두고 잠을 청하는 것처럼. 무작정 시간만 비워놓고 이른 새벽 글을 쓰고자 생각하는 것보다는, 미리 컴퓨터 화면에 메모장을 띄워 아무런 한 줄이나 대충 써 놓고 잠을 청하는 것처럼.
말은 쉬워 보이지만 직접 행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난 일 년이 넘도록 거의 하루도 빠진 적 없이 글을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든지 이전의 게으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함을 매 순간 느낀다.
미루지 않기 위해서라도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방전되지 않게끔 적당히 하려 애를 쓴다. 무리하지 않기 위해 나를 다독인다. 그럼에도 분에 넘치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흔적은 꽤 많이 보인다. 글 쓸 시간도 없는데 모임을 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버티자', '무너지지 말자', '포기하지 말자'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야겠다. 그런 다짐을 하는 건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오늘 안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만 신경 써야겠다.
뭐가 있을까.
역시 한 편의 글이라도 더 써 보는 게 좋겠다.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