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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3. 2024

그 누구와도 친했지만, 그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혼자 있는 건 꼭 운명인 것처럼


학창 시절 왕따 한 번 당한 적 없이 친구들과 잘 지냈다. 홀로 지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여러 관계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한 번은 원인 모를 질투심으로 날 왕따 시키려던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근데 그는 작당모의를 하고자 다른 친구들에게 나를 왕따 시키려는 계획을 발설하자마자, 되려 본인이 왕따를 당하고 말았다.


이처럼 날 미워하는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지만, 99%는 내게 모두 호의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일진 놀이에 취해 있던 애들도 마찬가지였다. 난 모범생부터 시작해 등교할 때 머리에 왁스를 바르고 오는 애들까지 두루두루 무난하게 지내는 특이한 포지션에 속해 있었다.


허나 딱 거기까지였다. 난 누구와도 친했지만,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가령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를 갈 때면 마땅히 낄 데가 없었다. 조 편성을 할 때면 각자 친한 무리들끼리 다 뭉치고 난 후 학급에서 혼자 노는 애들이 모여 있는 그룹에 들어가곤 했다. 그런 날 보며 반 친구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애들은 내가 누군가와는 분명 친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나도 실제론 그렇다고 어렴풋이 생각하곤 살았는데, 항상 뭉쳐야 할 때가 오면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뭔가 본능적으로 거리 두기를 했었던 것 같다. 천성이 혼자 있는 걸 선호하는 것 같았다. 


혹은 운명일지도 모른다.


지금 계모임을 하는 친구들과도 평생 인연으로 남을 줄 알았건만, 그래서 그들과의 관계를 위해 그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했건만, 결국 또다시 그들과의 연결고리를 풀어내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도 괜찮다. 비록 외롭긴 하지만 아주 가끔 느낄 뿐이니까. 그리고 내가 꿈꾸는 작가의 삶을 지향하는 이에게 요긴한 자질 중 하나가 혼자서도 잘 있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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