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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Feb 24. 2024

내가 착해 보이는 사람을 경계하는 이유

진짜 착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난 착한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 인간은 착한 존재도 나쁜 존재도 아니라는 것을 살면서 충분히 체감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착해 보이는 건 인지작용이 도출해 낸 결과일 뿐, 실제와는 관계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은 저마다의 이유로 행동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A라는 상황에서 B처럼 행동하게 되어 있는 기계와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착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고 싶은 마음 또는 나쁜 사람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유독 남들보다 강하게 내재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의도적으로' 본인의 이미지를 유도하는 경향이 짙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의도가 깃들지 않은 인간의 행동이 어딨겠냐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게 아니라 외부로부터 뭔가를 얻어내고자 모습을 꾸미는 건 어느 정도 뿔이 있다고 보는 편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난 유달리 착하거나 친절한 사람을 마주하면 경계하게 된다. 이 인간이 무슨 생각으로 어떤 결핍을 채우고자 자신을 포장하는 건지 궁금하긴 하면서도, 애써 가깝게 지내는 쪽으로 방향을 기울이진 않는다.


착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착해 보이는 사람에게선 뭔가 순수한 솔직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솔직하지 않은 사람은 예측하기 어렵다.


인간이 느끼는 불안함은 대개 예측할 수 있는 범주가 한계를 뛰어넘었을 때 기인한다. 그런 이유로 착해 보이는 사람을 마주하면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진짜 착한 사람은 착해 보이려고 애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운이 좋으면(?) 착한 사람이라는 누명이 씌는 것뿐이다. '의도'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정말 착한 사람이 있다 한들 순간에 지나지 않을까. 시간의 흐름도 인식의 한계도 불분명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건, '변하지 않는 건 단 하나도 없다'라는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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