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뻗어가는 영향력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고 브런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제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내가 경험한 플랫폼 중에서 금전적인 수입이 아예 없는 유일한 곳이었지만, 의외로 가장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 아이러니한 공간이다. 글에 빠지게 되면서 일상이 온통 글로 점철되었고, 글쓰기로 먹고사는 꿈도 꾸게 되었다.
언젠간 글쓰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 꼭 해보고 싶은 건 글쓰기 강의였다. 글쓰기에 대한 어떤 기술을 알리기보다는 글쓰기를 하지 않던 사람들이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는 마인드를 다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정도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생각보다 일찍이 글쓰기모임을 만들었다. 마침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활동해 왔던 독서모임을 나온 것도 이유였고, 워낙 글쓰기만 하느라 사람 만날 일이 도통 없었던 것도 이유였다. 나중에 어차피 사람들 앞에 서게 될 꿈을 꾸고도 있었기에 미리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연습을 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그래서 지역 사람들과 함께 소소하게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다.
내가 거주하는 지역은 모임 자체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독서모임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독서모임 2개 정도만 들어도 모임을 나가보면 겹치는 사람들이 꽤 많을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만든 글쓰기 모임은 처음엔 반응이 별로 없었다. 호기심에 들어온 사람 한 두 명이 전부였고, 심지어 그중 한 명은 이전에 독서모임에서 뵀던 분이었다. 모임을 만들 당시에 어느 정도 뜨거운 반응을 기대했던 건 사실이지만, 무미건조한 반응도 예상치 못한 건 아니었기에 그냥 그대로 몇 달간 냅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사람들이 갑자기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30명이 넘어갔다. 활동하지 않는 분들을 정리하면 30명 이상은 받지 않을 생각이다. 혼자 운영하는 모임이고, 추가로 운영진을 꾸릴 생각도 없었기에 30명 이상은 과분했다.
그렇게 한 달에 한두 번 있는 모임에 네댓 명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글쓰기가 그리 뜨거운 감자가 아니긴 한 모양이었다. 거의 대부분 글쓰기를 해보지 않은 분들이 많았다. 내겐 너무도 당연한 브런치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곤 막상 모여서 글쓰기를 해 보니 생각보다 다들 글을 잘 쓰셨다. 일부러 점잖빼느라 글을 써 본 적이 없다고 거짓말이라도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글쓰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많았다. 사실 글을 쓰지 않던 사람이 모임 한 번 나온다고 꾸준히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글쓰기 모임을 드는 것부터가 이미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글쓰기 모임을 열면 열수록 참가자가 많아졌다. 최근엔 1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글쓰기 모임에 참석했다. 글쓰기 모임이 꽤 괜찮게 여겨지나보다 싶었다.
글쓰기 모임을 열면 15분 즉석 글쓰기를 하기도 하고, 미리 공지로 내 건 주제에 대한 자유로운 글을 미리 써와서 낭독 또는 감상평을 서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렇게 낯선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고 서로 발표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풍족해졌다.
내가 만든 모임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고, 그것도 한 번 경험 삼아하는 게 아니라 계속할 것 같은 의지를 보여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이 가슴에서 차올랐다.
글이 삶에 전혀 없던 사람들이 내가 만든 모임을 통해서 글쓰기를 시작하고, 브런치를 알게 되고, 조금씩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난 이미 보상을 받았다고 여겨진다.
가끔은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는 게 귀찮은 마음이 들어 괜히 무리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용기 내서 모임을 참가하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글을 발표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그래도 모임을 만들고 유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때문에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글쓰기를 한다고 해서 나쁠 건 전혀 없으니까.
(본 글은 작년 11월쯤 썼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