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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23. 2024

새벽카페를 끊어야 될 텐데

집에서 집중 잘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새벽기상 처음 할 때는 알람이 울리자마자 바로 일어나서 책을 읽든 글을 쓰든 잘만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가 않다. 눈은 잘 떠지는데 도로 다시 잠들거나, 일어나서 세수하고 양치해도 침대로 다시 기어 들어가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런 걸 방지하고자 새벽부터 24시간 카페를 가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긴 하나, 언제까지 계속 그렇게 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나의 주니어를 만나게 될 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갓난아이와 몸을 회복 중인 아내를 두고 집중이 안 된답시고 카페에서 키보드를 두드릴 순 없잖은가.


한편으로는 '할 수 있을 때 바짝 땡겨야(?) 하지 않나'싶기도 하다. 하지만 매번 그 뒤에는 전처럼 집에서도 잘 집중할 수 있게끔 미리서 질을 들여놔야 하는 게 더 맞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따라붙는다. 아이가 태어난 후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과연 내가 다시 집에서 글을 쓸 수 있을지는 아무래도 자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서 독서를 하고 글을 써도 집중이 전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카페를 가면 집중이 좀 더 잘 될 뿐이다. 느낌상 집에선 집중력이 67% 정도 발휘된다면, 카페에서는 82% 정도로 올라오는 것 같다. 혹은 카페에서 작업하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집에 있으면 괜히 더 풀어지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른다. 집은 확실히 작업공간이라기보다는, 보금자리이자 쉼터의 역할이 더 강하니까.


어찌 보면 욕심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집에서도 카페만큼은 아니지만 웬만큼은 이것저것 다 되긴 하는데, 극한의 효율을 뽑기 위해 나를 몰아세우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돌이켜 보면 새벽부터 카페를 가는 발칙한 상상을 하기 시작한 계기가 작년 브런치북 공모전을 준비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땐 재밌게 잘만 다니던 수영도 다 끊고 오직 글만 썼으니까. 뭐, 그만큼 얻은 것도 많지만 말이다.


여하튼 카페 가면 집중 잘 되는 것 말고는 그리 큰 장점이 없다. 거의 한 두 모금 마시고 버리는 맛없는 아메리카노를 돈 주고 사 마셔야 하고, 듀얼 모니터도 쓰지 못하며, 새벽엔 히터를 일부러 약하게 트는 건지 유독 춥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아내의 부스스한 아침 얼굴을 못 보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나의 최애인데 말이다.




매일 새벽마다 침대에서 일어날지 말지 나와 씨름을 하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닌데, 것도 모자라 카페를 갈지 말지의 문제를 갖고도 매번 나와 줄다리기를 해야 하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집에서도 집중 잘 되는 사람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밑도 끝도 없이 차오르는 욕망을 줄이고 야금야금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며 이전의 텐션을 회복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이대로 가다간 나중에 성공해서도 아늑하고 좋은 집, 쾌적한 작업실 놔두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카페를 찾아 전전긍긍하게 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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