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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구독자 수가 자꾸만 떨어진다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일종의 지표일까

by 달보
본 글은 반년 전에 푸념 삼아 쓴 글입니다. 내용이 부끄러운 마음에 발행하지 않으려 했으나, 혹시 읽고 도움 받으실 분이 계실까 싶어 용기를 내 조심스레 공개합니다. 글쓰기 관련 고민으로 애를 먹고 계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내 브런치를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300명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구독자가 자꾸만 한 두 명씩 내려갔던 적이 있다. 원래는 구독자 수를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글만 쓰려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타 플랫폼에 비해 한 명의 독자도 소중한 브런치이기에, 얄팍한 숫자의 변동에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못했던 게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매일 글을 써서 브런치에 발행하다 보니, 되도록이면 보고 싶지 않은 구독자 수를 최소 하루 한 번 이상은 반강제적으로 보게 된다. 그나마 구독자 한 두 명이 떨어지면, 다시 한 두 명이 늘어나곤 해서 거의 제자리걸음이긴 했다. 그럼에도 꽤나 신경이 쓰였다.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올라가는 건 안중에도 없고, 내려가는 것만 마음에 걸리나 보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구독자 수가 내려간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었다. 그것 때문에 별도의 공부를 따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그런 게 있지도 않고), 글을 쓰는 목적이 구독자 수를 모으는 것도 아니기에, 그런 수치에 얽매이는 것 자체가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했다. 이래나 저래나 할 수 있는 거라곤 평소처럼 계속 글을 쓰는 것밖에 없었다. 마음이 약간 불편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쓰는 걸 멈출 수는 없었다. 다행히 며칠 지나고 나니 구독자 수는 다시 우상향의 형태를 띠긴 했다.


뭐든지 갑자기 급상승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올라가는 게 좋다던데, 구독자 수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내 브런치의 구독하신 분들의 절반 이상은 아마 <돈을 포기하고 인생을 구하기로 했다>라는 브런치북을 발행할 때 유입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거의 2주 만에 약 500명의 구독자 수가 늘었으니 말이다.


누가 보면 좋은 일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구독자 수가 너무 급상승하는 바람에 되려 그만큼 더 떨어지진 않을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뭘 기대하고 내 브런치의 구독 버튼을 누른 건지는 몰라도 그들의 기대에 준수하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감히 확신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런 미련한 마음이 드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나 보다.


(며칠 후)


나의 불안한 마음은 괜한 게 아니었던지, 예전처럼 다시 구독자 수가 한 두 명씩 꾸준하게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다시 보이고 있다. 상황은 거의 비슷하다. 한두 명이 구독취소를 하고, 다시 한 두 명이 구독을 한다. 제자리걸음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약간 혼란스럽다. 무의미한 숫자에 생각 이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 자신도 당황스럽다. 애초에 글쓰기가 좋아서 시작한 브런치이건만, 오르내리는 구독자 수에 따라 심리적인 영향을 이렇게도 받을 줄은 몰랐다.


점차 내려가는 구독자 수가 신경 쓰이는 이유는 구독자 수가 내려가지 않았음 하는 욕심 때문인 것도 있지만, 혹시 뭔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별다른 피드백을 받아본 적도 그런 걸 받고 싶지도 않은 나이기에, 문제는 스스로 발견하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자꾸만 떨어지는 구독자 수가 '일종의 지표'라면 차분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자꾸만 든다.


만약 누가 나의 이런 생활을 지켜본다면 정말 지루하다고 생각할 것만 같다. 하는 거라곤 의자에 앉아 주야장천 글만 쓰기 때문이다. 글을 쓰지 않을 땐 또 글쓰기에 대한 생각만 하고 말이다. 글을 쓰다 보면 겉으론 별일이 없어 보여도, 마음으로는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어찌 보면 여행보다도, 심지어 독서보다도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게 바로 글쓰기인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나의 불안함을 달래고자 쓰는 글에서 새삼 다시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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