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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매일 브런치에 글을 써요?

어느새 루틴이 되어버렸다

by 달보


독서모임 정기모임이 있던 날, 회원분들과 모임장소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를 한 두 번 이상 본 사람들은 내가 브런치 작가이며, 글쓰기에 환장한 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읽고 만난 적은 없지만, 요즘 어떤 책을 읽어도 소감을 말할 때면 글쓰기와 연관 지어 말하는 버릇이 생긴 탓에, 본의 아니게 글쟁이의 정체성을 드러낼 일이 꽤 많았다.


아무래도 책 읽는 사람이 글도 쓴다고, 함께하는 분들 중에서 브런치 작가는 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조용히 활동하는 분도 계실 거라 짐작하지만, 브런치 작가라고 드러낸 사람은 두 분 있었다. 그 두 분 모두 모임이 열리기만 하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정예회원분들이다. 오프라인에서 브런치 작가분을 만나 뵙는 건, 막 신나진 않아도 왠지 모르게 신기한 기분이 드는 일이었다.


여느 독서모임이 그렇듯, 항상 책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마무리는 여담으로 끝나곤 하는 게 모임의 묘미이자 매력이다(때로는 단점이기도 하지만). 그날도 각자 책에 대한 소감과 느낀 점 또는 궁금한 점들을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눈 후, 슬슬 잡담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옆에 앉아 계신 분이 대뜸 내게 질문을 했다.


"저 달보님한테 궁금한 거 있어요."

(독서모임에서도 달보라는 닉네임을 쓴다)


"네?"


"어떻게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어요?"

갑작스레 날아온 질문에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그에 따른 답변이 확고했기에 침착하게 대답했다.


"매일 못 써요."


"네?"


"아, 그때그때 글을 쓰면 브런치에 하루 한 편씩 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단 말이었어요. 최소한 저는 그렇더라고요. 지금처럼 브런치에 계속 글을 올릴 수 있는 건 다 미리 써 놔서 가능한 거예요. 며칠 전에 쓴 것도 있고, 몇 달 전에 쓴 것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시간 날 때 한 두 번 정도 다듬어서 발행하고 있는 거거든요."


"아.."


"실제로는 브런치에 공개하는 글의 몇 배 이상은 더 쓰고 있어요. 그 정도는 글을 써야 브런치에 내놓을 만한 글을 하루 한 편씩 계속 발행할 수 있겠더라고요."


질문하셨던 분은 처음엔 눈이 빛나는 듯해 보였는데, 내 대답을 듣고서는 풀이 죽어버린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이 모르는 특별한 비결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마음이, '상상 이상의 노가다(?)가 비법입니다'라는 말대답에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가혹한 노동강도를 감내해야만이, 그러니까 미리 글을 좀 써놔야지만이 브런치에 하루 한 편씩 글을 발행할 수 있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비단 브런치뿐만 아니라 다른 글쓰기 플랫폼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전업작가가 아니라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처음부터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하진 않았다. 글쓰기에 재미를 느낀 후로부터는 틈만 나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쌓이는 글들이 많았다. 그런 것들을 하나씩 발행하다 보니 어느새 매일 한 편의 글을 올리는 건 일상루틴이 되었다.


원래는 퇴고도 하지 않고 글을 막 썼다. 왜냐하면 그땐 퇴고라는 게 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고라는 절차를 알고 나서도 퇴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한동안은 퇴고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미리 쓰려고 모은 글감을 소진하는 것만 해도 마음이 바빴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언제부턴가 같은 단어를 제거하고, 글의 맥락을 따져보고, 문장의 순서를 재배치하는 등의 작업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듬고 난 작업물을 몇 번 보니까 이후엔 퇴고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통 퇴고할 때면 초고를 지우지 않고 남기는 편인데,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왜 초고를 쓰레기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더군다나 난 감정에 집중해서 글을 쏟아내듯 쓰는 타입이기 때문에 처음 쓰는 글일수록 더욱더 엉망인 부분이 많았다. 글을 수정하는 건 그만큼 품이 들어가지만, 열 편의 초고를 쓰는 것보다 한 편의 글을 제대로 퇴고하는 게 필력이 올라가는 데 있어서는 좀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열 편, 스무 편의 초고를 쓰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퇴고를 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도 생각한다. 수정도 그렇지만, 새로운 글도 계속 쓰다 보면 조금씩 필력이 나아지긴 하니까.


특히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 혹은 글쓰기 습관을 들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처음엔 그냥 아무 글이나 막 쓰는 게 좋다고 본다. 괜히 퇴고한답시고 진을 뺐다가는 글쓰기를 일찌감치 포기하게 될 확률만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퇴고는 버겁다. 퇴고는 힘들다. 퇴고는 지친다. 퇴고의 늪에 빠지면 글쓰기가 싫어진다. 글쓰기 활동에 있어서 최악의 결과는 글쓰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글의 수정은 어느 정도 글쓰기를 습관으로 들인 후에 조금씩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걸 습관을 들이려면, 그에 따른 행위가 작고 할 만해야 한다. 그래야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할 수 있다.


글쓰기를 우연히 시작해서 어쩌다 보니 브런치에 글도 꾸준히 발행하고는 있는데, 사실 브런치에 글 쓰는 것 자체는 딱히 큰 의미가 없다. 그만큼 구독자 수나 조회 수가 꾸준히 올라가긴 하지만, 그런 수치들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새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좀이 쑤실 지경이 돼버렸다. 또 글쓰기로 먹고사는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쓸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은 글을 쓰려고 한다. 많이 쓰다 보니 글쓰기가 좋아졌고,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브런치에 많은 글을 올릴 수 있었다. 만약 브런치에 올리는 게 선순환의 일부가 아니라, 일종의 종착지였다면 금세 지치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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