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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Apr 08. 2024

죽음을 꼭 떠올려야만 하는 걸까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지 않을까


'메멘토 모리'

죽음을 잊지 말라는 뜻의 유명한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죽음을 언급하면서, 우린 언제 죽을지 모르니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라고 한다. 뭐 죽음을 핑계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친절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지내라고들 한다. 처음엔 그런 말들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죽음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 사유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죽음을 꼭 인지하고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언급하지만, 진짜 '죽음'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 다들 죽음이 뭔지도 모르면서. 죽음을 경험해 본 적도 없으면서. 단지 '죽음은 이럴 것이다'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으면서.


혹시 죽음을 떠올리는 게 동기부여가 돼서 그런 거라면, 꼭 죽는다는 걸 전제로 의지를 돋궈야 하는 걸까. 굳이?


예컨대 우린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으니 가족들에게 전화를 자주 돌리고, 할 수 있을 때 무모한 도전을 하라며 권장하는 건, 기반이 그리 건강하지는 못한 것이라고 본다.


간절히 뭔가를 이루고 싶은 욕망이 강한 게 아니라면, 그냥 원래 살던 것처럼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죽든지 말든지 말이다. 죽음도 '신은 존재한다'라며 믿는 것처럼 머릿속 생각으로 만들어 낸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죽음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죽음과 한 바구니에 들어 있는 생명의 탄생도 마찬가지로 납득이 돼야 하지 않을까. 현대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온 지는 여전히 밝혀진 게 없다.


나라는 존재의 출처도 제대로 모르는데, 죽음으로써 어디로 가는 건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걸 꼭 알아야만 하는 걸까. 정확히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 불분명한 지점을 망상하며 변화를 꾀하거나, 뭔가 특별한 것을 해야만 하는 걸까.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지 않을까.


행위에 이유가 있으면 좋기야 하겠다만,

없어도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

되려 그게 더 담백한 맛도 있지 않을까.


경험상 복잡한 생각을 떠나 그냥 하는 게 결과도 좋던데. 세상과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단순한 게 최고라는 힌트를 항상 주는 것 같던데.


죽거나 말거나,

그냥 점잖게 살다 가면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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