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지 않을까
'메멘토 모리'
죽음을 잊지 말라는 뜻의 유명한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죽음을 언급하면서, 우린 언제 죽을지 모르니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라고 한다. 뭐 죽음을 핑계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친절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지내라고들 한다. 처음엔 그런 말들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죽음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 사유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죽음을 꼭 인지하고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언급하지만, 진짜 '죽음'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 다들 죽음이 뭔지도 모르면서. 죽음을 경험해 본 적도 없으면서. 단지 '죽음은 이럴 것이다'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으면서.
혹시 죽음을 떠올리는 게 동기부여가 돼서 그런 거라면, 꼭 죽는다는 걸 전제로 의지를 돋궈야 하는 걸까. 굳이?
예컨대 우린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으니 가족들에게 전화를 자주 돌리고, 할 수 있을 때 무모한 도전을 하라며 권장하는 건, 기반이 그리 건강하지는 못한 것이라고 본다.
간절히 뭔가를 이루고 싶은 욕망이 강한 게 아니라면, 그냥 원래 살던 것처럼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죽든지 말든지 말이다. 죽음도 '신은 존재한다'라며 믿는 것처럼 머릿속 생각으로 만들어 낸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죽음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죽음과 한 바구니에 들어 있는 생명의 탄생도 마찬가지로 납득이 돼야 하지 않을까. 현대 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온 지는 여전히 밝혀진 게 없다.
나라는 존재의 출처도 제대로 모르는데, 죽음으로써 어디로 가는 건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걸 꼭 알아야만 하는 걸까. 정확히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 불분명한 지점을 망상하며 변화를 꾀하거나, 뭔가 특별한 것을 해야만 하는 걸까.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지 않을까.
행위에 이유가 있으면 좋기야 하겠다만,
없어도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
되려 그게 더 담백한 맛도 있지 않을까.
경험상 복잡한 생각을 떠나 그냥 하는 게 결과도 좋던데. 세상과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단순한 게 최고라는 힌트를 항상 주는 것 같던데.
죽거나 말거나,
그냥 점잖게 살다 가면 안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