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보의 짧은 소설 3
내 삶은 완벽해 보인다. 나를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 같이 나를 부러워한다. 그런 시선들이 너무도 익숙하다. 실은 나조차도 나를 보면 전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외모도 훌륭하고 경제적으로는 풍족하다 못해 넘칠 정도이며, 인간관계, 신체조건, 사회적인 입지까지 어느 하나 모난 게 없다. 인간에게 등급이라는 딱지가 붙는다면 아무리 못해도 상위 0.1%의 속하는 게 바로 나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남들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이 있다. 그건 바로 화장실만 들어갔다 나오면 나를 둘러싼 세상이 모두 변한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모든 게 변한다. 국가도, 가족도, 친구도, 심지어 성별마저도 변한다.
그 마법 같은 변화에는 몇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달라지는 환경에 맞게 적응된 상태로 변한다는 점, 두 번째는 언제나 최상의 조건을 갖춘 부류에 속한 인간으로 변한다는 점, 세 번째는 이전 세상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점이었다. 딱 여기에서 그쳤으면 이 별난 인생을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난 내게 걸린 마법을 저주라며 간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지금 내가 마주한 현실이, 화장실을 들어가기 전의 세계와 완전히 다른 곳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의 난 연정이라는 이름의 아내를 둔 30대 남성이지만, 아까 화장실을 들어가기 전엔 누구였을지 모를 일이다. 하물며 이후에 화장실을 갔다 오면 또 다른 삶이 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난 현재 내가 마음 깊이 사랑하는 아내가 원래부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음을 알고 있다. 더불어 곧 있으면 또 다른 사람을 지금의 아내만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나만의 비밀을 어디 말할 데도 없다. 정신병원을 견학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혼자 조용히 알고 있는 게 상책이다. 과연 태어나면서부터 내 삶이 이랬는지, 어느 순간 저주에 걸린 나머지 이렇게 변해버린 것인지도 알 길이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지는 세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날 우러러보지만, 그들은 그런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화장실에 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내 인생은 아마 전 우주에서 가장 불행한 것이지 않을까. 이젠 뭐가 진짜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난 내가 미쳤다고까진 생각지 않는다. 아마 미친 건 세상일 것이다.
혹은 이곳이 바로 지옥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