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롤모델로 삼는 불행한 사람들
돈이 많아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보통은 자신보다 뛰어나거나 훌륭한 사람을 롤모델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근데 난 조금 다른 것 같다. 내 롤모델은 바로 '온갖 것들을 다 갖췄음에도 여전히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유명 연예인들이라거나, 금수저로 태어나 삶의 거의 모든 요소가 완벽에 가까운 인생을 살다가도 마약에 빠지는 이들. 난 그런 이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요즘 사람들 치고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동안 돈을 좇으며 살아간다. 저마다의 이유는 다양하겠으나 근본적으로는 많은 돈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애당초 얼마나 벌어들일지,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안정적인 삶에 봉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말의 가늠도 잡히지 않으니 더욱 그럴 것이다.
나도 내가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돈 걱정 없이 맘 편히 살아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차고 넘칠 만큼의 돈이 있어도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나의 롤모델들 덕분에 잘 알고 있다. 경제적 자유 혹은 경제적 독립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행복', '평안'과는 거리가 먼 일상을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돈은 정말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런 사례를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인 것도 한편으론 다행이다. 고작 내 주변에 보이는 것들이 삶의 전부인 줄 알고 지냈다면 지금만큼의 앎은 누릴 수 없었을 테니까.
돈, 명품, 비싼 차, 좋은 집, 외모 따위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해 존재한다. 인간 내면의, 소위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근데 그런 것들로 바깥에서 안을 채우는 것만으로는 더 나아질 수 없다.
사람마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와 모양은 가지각색이다. 그릇의 크기보다 많이 담는다면 흘러넘쳐서 주변이 엉망이 될 것이고, 그릇의 모양과 전혀 맞지 않는 걸 억지로 끼우다 보면 양쪽 다 망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 구조를 깨닫지 못하고서 무작정 좋다는 것들을 허락 없이 받아들이게 되면, 채워지고 충족되기는커녕 어떤 식으로든 탈이 나고야 말 것이다.
자기만의 그릇은 깊은 사색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겨우 알아낼 수 있을 법한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일평생 세간의 술수에 놀아나지 않고 온전하고 안온한 삶을 영위하려면 자기 자신부터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게 내가 믿고 있는 순서이며, 행복의 기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