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도 쓴다, 멈추면 더 힘드니까
우리 아이가 새벽에 신명나게 울어재끼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덕분에 아침 8시까지 푹 자버렸다(그때 아이가 일어났다). 미라클모닝이고 나발이고 느긋하게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이했다.
곧 있으면 2024년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올 한 해 무엇을 했는지 나도 모르게 돌아보게 된다. 난 뭐 뻔하지. 내내 글만 썼다.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주야장천 글만 썼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좀 지친 감이 없잖아 있다. 여전히 글쓰기는 좋으나, 평소답지 않게 한 번 쓸 때마다 뭔가 더디고 부담스럽다. 또 무리하다 제 풀에 지쳐 방전될 것 같아 오늘은 그냥 푹 쉬어보기로 했다. 캐롤이나 들으면서. 그런데 고새 또 참지 못하고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것마냥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좀이 수실 지경에 이른 것 같아 한편으론 기분이 좋다. 다만, 나를 너무 몰아붙이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에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다.
좋은 글은 쓰지 못할지언정, 뭐라도 써내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근데 그마저도 뭔가 석연치 않은 요즘이다. 손가락 한 번 놀리기 시작하면 최소 다섯 문단 정도는 KTX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방에 가듯 순식간에 쓰던 나였다. 하지만 근래엔 글 한 번 쓰면 KTX가 아니라, 무궁화호를 탄 것만 같다.
물론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천천히 쓰는 것도 나름 매력 있다. 휘몰아치듯 써낸 글은 나중에 다시 보면 다시 쓰고 싶을 정도로 개판인데 비해, 천천히 스는 글은 퇴고를 기울이는 시간이 아무래도 비교적 적다.
다만, 시간이 없을 뿐이다.
우리 아이의 허락(?)을 받아야만 겨우 몇 자 쓸까 말까 한 요즘 같은 상황에선 하루 1,000자 쓰는 것도 버겁다. 익히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 보니 안 그래도 황금 같던 시간은 마치 비브라늄 같다.
이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성장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혹은 퇴보의 전조증상일까.
상황의 여의치 않지만 글쓰기만큼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나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글을 쓰시는 분도 계실 거고, 무엇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오색찬란한 내 세상에 잿빛 먹구름이 드리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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