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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연한 출발 May 10. 2022

수어로 부르는 삶의 노래

영화 <코다 CODA>2021 리뷰, 평론

 영화 <코다 CODA>2021(개봉: 2021.08.31)는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하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준말이다. 루비는 청각 장애를 가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다.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 합창단에 가입하게 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제목이 루비가 아닌 코다라는 점에서 우리는 루비의 가족을 통해 넓은 의미에서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청인 아이들의 입장을 헤아려본다. 감독은 도서 <수화, 소리, 사랑해>의 작가 베로니크 폴랭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의 시나리오를 각색해 코다가 아닌 가족들은 알 수 없는 구체적이고 내밀한 사례들로 영화를 채우며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낸다. 영화 <코다>는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각색상을 수상했다. 


 루비는 농인과 청인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비장애인이지만 장애를 가진 부모의 세계를 공유해야만 하는 것이다. 부모가 겪는 차별, 외로움과 따돌림을 자녀가 일상에서 공유한다는 것은 어린 자녀 입장에서 어려운 일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경험하게 해 주고 싶지 않다고 숨길 수 있는 문제와 다르다. 부모의 의사소통을 위해 루비는 항상 곁에 있어야 하고 그들 앞에 대신 서야 한다. 이런 관계의 위치는 장애인 가족을 두지 않은 사람들은 생각지 못한 갈등 요소들을 유발한다. 예를 들면 루비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들은 ‘소음’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 그들의 모든 행동은 소리를 만들고, 그것이 루비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가족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부모는 성관계를 할 때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지만 이런 본인들의 행동에 조심할 수 없다. 민망함은 루비의 몫이다. 또한 청각 장애가 있어서 사회적으로 직장 동료들, 이웃들과 관계를 완만히 형성할 수 없다. 비장애인 사회에선 장애인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자발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통을 위해선 그 역할을 해 줄 사람을 고용해야 하고 비용이 따른다. 루비는 태어날 때부터 영 캐어러, 어린 보호자 역할을 짊어지고 태어났다. 코다 가족들이 겪는 다양한 실제 사례들로 채워진 점이 영화 <코다>를 특별하게 한다. 


 영화는 가족, 가족애, 부모의 사랑과 같은 더 큰 가치를 두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장애를 가진 가족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영화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다. 루비가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루비가 가족과 꿈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갈등은 코다 가족의 공통적인 고민을 대표한다. 코다로써 농인 가족들을 남겨두고 자신의 삶을 살길 원하게 될 때, 가족들의 품을 벗어나고자 할 때 당사자와 가족들은 선택해야만 한다. 이는 세상의 모든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루비는 본인 대신 가족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조력자가 없다는 사실이 발목을 잡는다. 루비의 가족은 통역사를 고용할 만큼 돈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부모는 딸 루비가 유일한 사회와의 소통 출구였다. 개인의 권리를 위해서도, 가족 사업의 번창을 위해서도 딸 루비가 소통의 역할을 해 줘야만 한다. 이때 돋보이는 인물이 바로 루비의 오빠 레오다. 레오는 겉으론 루비의 꿈을 지원해 주고 응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모가 장애를 이유로 루비를 구속할 때마다 루비를 놓아주라고 말한다. 레오는 루비와 부모님 모두에게 갈등 요소를 갖는다.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부모에 대해선 능동적이고 자립적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꿈을 포기하고 가족에게 남겠다고 말하는 루비에겐 청각 장애를 가진 가족들을 동정하지 말라고 외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가족 구성원 모두의 입장을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이 가족을 사랑하게 된다.

 루비의 가족도 여느 가족들과 다름없이 서로에게 상처 주고 위로받고 더욱 단단해진다. 루비가 합창단에 들어갔다고 말하자 엄마는 루비에게 말한다. 

"내가 장님이었으면 그림이 그리고 싶었겠네?"(엄마)

 

엄마는 루비가 태어나던 날 루비가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왜?"(루비)
"우리가 제대로 소통 못할까 봐 나랑 할머니처럼 우린 가깝지 않잖아. 널 실망시킬까 겁이 났어. 농인이라서 나쁜 엄마가 될 까봐"(엄마)


또한 오빠 레오는 동생이 가족을 위해 남겠다고 했을 때 화를 내며 말한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도 우리 가족은 잘 살았어! 가!"(레오)


 가족들은 루비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루비가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루비 탓하기 바빴다. 하지만 합창단 공연에 참석해 다른 부모들이 루비의 노래를 듣고 행복해하고, 춤추며 즐기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루비의 꿈이, 재능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다. 음악회에 오신 부모님을 보며 진심을 다해 노래하지만 듣지 못하는 부모님은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다. 수어를 할 수 있는 루비는 부모님이 수어로 어떤 말을 하는지 모두 알 수 있었다. 노래를 하는 내내 단추 떨어진 이야기, 저녁 메뉴를 정하는 모습을 보며 깨닫는다. 버클리 음대 면접에 딸을 보내기로 마음먹은 가족들은 루비를 태우고 보스턴으로 달린다. 가창 면접을 앞두고 부모님이 2층으로 올라가 루비가 오디션 보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그런 부모님을 위해 루비는 노래를 부르며 동시에 수어를 통해 자신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부모님께 전달한다. 부모님은 루비가 부르는 노래를 듣지 못하지만 그 순간 루비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차곡히 쌓여가면서 관객은 배의 감동을 받는다.


 좋은 영화는 스크린에서 벗어나 현실까지 영향을 미친다. 영화 <코다>를 보고 나면 영화 외적으로 더 많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농인 가족들은 갓난아기가 울면 어떻게 알고 대처할까?’, ‘유아는 만 4세가 될 때까지 모국어를 지속적으로 들으면서 언어 감각을 형성한다고 하는데 가족들이 말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코다는 언어와 더불어 수어까지 함께 공부를 해야만 하는데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같은 질문으로 시작해 사회 시스템은 현재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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