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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라 Dec 29. 2020

구피랑 노닐다



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하지 못하는 날이 늘어나던 어느 날이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 ‘구피가 새끼를 낳았는데 키우실 분 있냐’는 문자가 떴다. 답답하던 중에 즉시 달라고 문자를 보냈고 4월 중순 구피 어린것 10마리가 우리 집으로 이사를 왔다. 유리병을 씻어서 구피가 있을 집을 만들었는데 쪼그마한 것들이 물속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해서 자꾸 바라보게 되었다. 지인들 톡방에 사진을 찍어 올리면 더러 “올챙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매번  ‘구피’라고 강조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구피 새끼들은 한달이 지나도 고만고만해보였지만 내 눈에는 조금씩 자라 는 게 보였다.



너무 어린 것들이라 먹이를 잘 먹나 못 먹나..   무슨 문제는 없는지 염려가 되어 하루에도 몇번씩 지켜보게 되었다.  우리 집에 온지 두 달하고 보름쯤 되었을 때다. 유난히 몸집이 작은 두 마리가 눈에 띄였다. 먹이를 줘도 큰 애들에게 치여 구석으로 도망가곤 하였다. 그래서 따로 건져내어 작은 물통에서 맘껏 먹으라고 풀어주었다. 잘 노는가 지켜보았는데 여전히 구석에 몰려 있는 게 안타까웠다. 아무래도 함께 물속을 휘젓고 다닌 동무들이 그리운가 싶어서 다시 큰 물에 합쳐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꼬맹이들은 몸에 날개를 단듯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는게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았다.

 



아침에 눈뜨면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구피가 있는 어항앞에서 멈춘다. 시간이 갈수록 예쁘게 변화되어 가는 모양새가 경이로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올챙이같다고 오해받았던 구피의 투명한 꼬리가 적해지고 검정색, 빨강색 색깔이 물들여졌다. 말 그대로 제법 구피같아져 보이는 게 제법 잘 자라고 있구나 싶어서 흐뭇했다. 그렇게 엄마의 마음으로 어항의 물을 갈아주며 구피와의 인연이 6개월이 훌쩍 지나고 7개월째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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