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참 의뭉스럽단 말이죠. 야생의 사냥꾼답게, 꼭 필요한 상황을 제외하면 '야옹' 소리를 잘 내지 않거든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가 참 어렵습니다. 사냥감에 살금살금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걸을 때조차도 소리가 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고양이 순간 이동 밈(meme)이 스테디 샐러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어딜 가나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캐스트하우스 2호점의 고양이, 알밤이가 바로 그런 케이스입니다.
알밤이는 말이 참, 많습니다. 얼마나 많냐면요, 음. 알밤이에게는 세 종류의 알밤 사이렌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궁디 팡팡, 두 번째는 밥, 세 번째는 사냥놀이입니다.
궁팡 스탠바이. 45도 각도로 흘끗 눈치주기.
우선 경쾌한 리듬으로 궁디팡팡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알밤 사이렌이 울립니다. 빼애애-옹. 사이렌이 울리면 냉큼 알밤이 옆으로 와서 리드미컬한 손목의 스냅으로 궁디를 토도도 토도도도 토도도독. 이때 알밤이의 궁팡 지수가 완충될 때까지 궁팡을 멈춰 선 안됩니다!지구력이 부족한 휴먼에게는 어김없이 알밤이의 꾸지람(??)이 시작되기 때문이죠.
얼굴보다 더 자주보게 되는 알밤이의 냥뮤다 삼각똥꼬
두 번째는 평소보다 식사 공급에 딜레이가 발생하면 또 어김없이 알밤 사이렌이 울립니다. 알밤 1호가 발령되면 부리나케 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알밤이 덕분에 시간관념이 아주 명확해집니다. 게으름을 피우는(??) 휴먼에게 경종을 울리는, 네 발 달린 스승이 따로 없네요. 아참, 간혹 메뉴가 마음에 안 들면 (먹어본 적 없는 습식 사료를 시도하는 경우) 나지막이 컴플레인을 하기도..
잔소리 발사 5초전
세 번째는 사냥 놀이를 충분히 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이 경우는 보통 새벽에 사이렌이 울립니다. 알밤이의 HP를 사냥 놀이에서 모두 소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알밤이의 잔여 HP가 자동으로 사이렌 버튼을 누릅니다. 빼애애애-옹. 예상치 못한 미라클 모닝을 맞이했어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의도한게 의심이 되는, 사냥 중 호빵 밟기. 상당히 상습적이어서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사냥감 습격을 고민중인 알밤씨.
날으는 까치(??)를 잡으려는 까치밤..
삵인 듯 요정인 듯
알밤이의외모는 참 특이해요. 어떤 각도에서 보면 지리산 5부 능선을 뛰어다니며 위풍당당하게 사냥감을 입에 물고 다닐 것 같은 맹수처럼 보이다가도,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사슴 30% + 팅커벨 60% + 개 3% 고양이 7%DNA의 아기 요정(??)처럼 보이거든요.
잠자는 삵
아기 팅커벨
그런데 외모와 성격에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실제로 알밤이는 사냥할 때 맹수로 돌변합니다. 숨어서 급습을 하기도 했다가 전력 질주를 해서 사냥감을 낚아채기도 하죠. 공중으로 뛰어오를 때는 용수철처럼 푱!
하지만 사람에게 애교를 부릴 때는 이런 아기 천사가 따로 없네요... 얼굴을 집사님 발에 부비기도 하고, 맨살이 보이면 조심스럽게 핥핥핥. 열심히 내 거라고 표시를 합니다. 거실에 앉아있으면 총총총 다가와서삼각형똥꼬를 보여주기도 하고 온몸에 얼굴을 부비부비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알밤이 호빵이는 애교가 너무 많아서, 양손으로는 궁팡을, 두 발로는 쓰담 쓰담을 해주었습니다. 코어 근육을 획득했습니다!
알밤이의 과거
알밤이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가족의 뒷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했던 가슴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마당 냥이로 사랑을 받으며 살았지만, 가족들이 마당이 없는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알밤이만 가족들이 떠나간 자리에 남게 되었습니다.
여리고 착한 알밤이는 마당에 살면서 야생 동물들의 습격에 일방적으로 당하기 일쑤였고, 알밤이의 보호자는 알밤이를 야생동물의 습격에서 보호(?) 하기 위해 아파트 한 편의 빈 공간에 알밤이를 가두어두기로 했습니다.
알밤이가 발견된 장소.
펜스 안에 갇혀 지내고 있었던 알밤이
하지만 야생동물의 공격에 안전할지언정 이곳은 고양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비바람과 더위, 추위로부터 은신할 수가 없고, 무엇보다도 흙에 배변을 하는 고양이의 본능과 다르게 흙도, 모래형 화장실도 없었습니다. 고양이에게 가장 필수적인 사냥도 할 수가 없었죠. 결국 알밤이의 구조가 결정되고, 알밤이는 2020년 천안 묘정 쉼터로 입소하게 됩니다.
알밤이의 집사님은 과연...?
알밤이는 말도 많고 사냥 놀이도 참 좋아합니다.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 얼굴보다 엉덩이를 더 많이 볼 정도로 궁디팡팡 역시 무척 좋아합니다.
티키타카 수다 떨기를 좋아하고, 죽어있는 장난감을 살아있는 새와 곤충으로 탄생시킬 만큼 상상력이 풍부하며, 다양한 톤 앤 매너의 궁팡을 다채롭게 선보일 수 있는 흥부자... 혹시 그게 바로 '나'라고 생각되신다면...? 알밤이 만나러 캐스트하우스로 오세요.
우연에서 시작된 만남은 언제나 우리의 삶 속, 비어있는 한켠에 새로운 그림을 채워넣습니다. 도화지 한 구석에서 스치듯 시작된 작은 스케치는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명작이 되기도 하죠. 알밤이와 함께아름답고 멋진 인생작을 완성해 나가실 평생 집사님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