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두툼한 팔과 다리, 속이 꽉 찬 오동통한 몸매, 티베트 고원지대 설표의 DNA가 한 방울 섞인 것 같은 독특한 무늬와 이목구비. 보통의 고양이들(?)과는 조금 다른 외모 덕분에 자연스럽게 한 번 더 눈이 가는 고양이.
휴먼을 늘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정이 많은 고양이 호빵.
캐스트하우스의 두 번째 주인공이 된 호빵이는 보기와는 다르게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정이 많은 고양이예요. 휴먼이 바닥에 앉으면 이때다 하면서 뚱땅뚱땅 걸어와 슬쩍. 엉덩이를 붙이고 앉습니다. 집사가 어딜 가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요. 휴먼의 발 등을 깔고 앉거나 등 뒤에서 철퍼덕 드러눕기도 하고, 옆구리를 슬쩍 붙이고 서기도 합니다.
묘정 쉼터에 살때. 호빵이를 깔고 앉은 알밤이
호빵이는 1호점과 마찬가지로 천안 묘정 쉼터 소속의 고양이로 알밤이와 함께 평생 집사님을 캐스팅하기 위해서 캐스트하우스 2호점에 오게 되었습니다.
호빵이가 '호빵이'인 이유
사람에게 참 다정하고 친절한 고양이지만, 호빵이의 이름 속에는 사람과 관련된, 조금은 슬픈 사연이 숨겨져 있습니다.
2020년 8월. 길에서 구조되었을 때 호빵이.
구조 당시 호빵이의 얼굴입니다. 정말로 호빵처럼 양 볼이 빵빵하죠? 정면으로 보면 무척 귀여워 보이지만, 사실 측면의 피부는 보라색으로 변색될 정도로 얼굴 상태가 좋진 않았습니다. 혹시 종양이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고, 그대로 두면 큰 병으로 진행될 것 같아 구조가 진행됐습니다.
검사 결과, 다행히 종양은 아니었습니다. 발정이 온 시기에, 호르몬 작용에 의해 피부 조직이 섬유화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구조 당시 팔다리가 퉁퉁 부어있었는데, 검사를 해보니 스코티시폴드의 유전병인 뼈 자가 증식이 진행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호빵이는 IBD(염증성 장 질환)를 가지고 있는 고양이였고, 그 결과 설사가 잦았습니다.
호빵이는 스코티시폴드와 아메리칸 컬 믹스의 고양이입니다. 자연에서는 태어날 수 없는 조합입니다. 즉, 호빵이는 가정에서 태어난, 과거 어느 순간에는 반려인이 있었던 고양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호빵이는 성장을 하면서 어느 순간 발정이 왔을 테고, 뼈 자가증식으로 움직임이 둔화됐을 것입니다. 게다가 IBD로 설사를 자주 하는 모습이 관찰됐을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호빵이는 어느 날, 길 위에 버려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호빵이라는 귀여운 이름 뒤에는 호빵이가 버려진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뼈 자가증식이 진행된 채 유기가 된 호빵이
건강한 고양이를 원하시나요?
호빵이는 뼈 자가증식으로 인한 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IBD로 인한 설사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보조제를 먹고 있습니다. 매일 두 개의 알약을 먹어야 하지만, 고양이 반려 경험이 없는 집사님들조차도 알약을 먹일 수 있을 만큼, 알약도 꿀떡꿀떡 잘 받아먹는 너무나도 착한 아이예요.약을 잘 먹기 때문에 사실 관리도 너무나쉽습니다.
올해 9살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아가아가한 호빵이
대부분 어리고, 질병이력이 없는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어 합니다. 올해(2024년) 9살이 되고, 매일 보조제를 먹어야 하는 호빵이는 그런점에서 어쩌면 입양을 고려하기 어려운 고양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동물은 나이가 들고 언젠가는 죽음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건강은 없습니다. 언젠가는 아픈 곳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죠. 사람도 마찬가지이고요.
역설적이게도,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병원비가 들지 않는 반려동물을 원한다면, 입양을 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오히려 건강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관리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어서 병원비가 1도들지 않는 동물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 당장은 아픈 데가 없어도 언젠가는 아픈 곳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생명은 노화를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건강하게 잘 관리할 수 있는, 나와 쿵작이, 합이 잘 맞는 동물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호빵이의 집사님은,
이런 분이셨으면 해요.
호빵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냅니다. 뼈 자가증식으로 서 있으면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원래 여유만만한 성격상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건지 사실 좀 헷갈리는데요. 그래서 와식(??) 생활을 주로 하는 집사님과 성향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홈파티를 즐기는 외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파티 피플 집사님보다는 소규모의 친구들과 집에서 뒹굴 거리기를 좋아하는 내향적인 집사님이 호빵이에게 더 잘 맞을 듯합니다.
그리고 호빵이는 뮤트형 야옹이라 말이 없기 때문에 그런 호빵이를 대신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조곤 조곤 들려줄 수 있는 그런 다정한 분께서 호빵이의 평생 집사님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옆으로 누운 채 집사님의 브리핑을 가만히 경청해 줄 거예요. 호빵이의 이런 듬직함(?) 때문에 호빵이는 아기처럼 챙겨줘야 하는 느낌보다는 세상에서 내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는 친구 같은 느낌이 많이 듭니다.
사람에게 버려진 기억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온정을 늘 갈망하는, 마음이 여리고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호빵이의 평생 베프가 되어주실 집사님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