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여느 때와 같이 이 날도 늦게까지 야근을 했다. 하루종일 무료했을 고양이들을 위해 밥을 준비하는 동안 고양이들을 위한 고양이 게임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평화롭게 영상을 시청하던 그때.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재생된 영상 인트로에 고양이의 비명 소리가 삽입돼 있었고, 순간적으로 이 '정체불명 침입자'의 소리에 공포, 위기감을 느낀 나의 고양이 먼지는 나를, 공격했다.
평소에는 귀여운 발이지만, 유사시에 엄청난 무기로 돌변한다.
먼지는 두 차례에 걸쳐서 공격을 했다. 맹수답게, 엄청난 점프력으로 내 정수리 위로 뛰어올라 앞발로 두피를 세게 긁었다. 한번 더 공격하려는 찰나에 두꺼운 이불로 간신히 시야를 가려서 진정을 시키고 먼지가 차분해진 후에 가장 좋아하는 간식으로 관심을 분산시켰다.
사태를 겨우 수습하고 한 숨을푹 내쉬는데 온몸에서 땀이 나는 듯했다. 그래서 뭐지? 싶어서 목덜미를 쓱. 손으로 닦아보니 온통 피였다.
생애 첫 119
정수리에서 시작된 출혈은 머리와 목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고, 두피 전체가 열감으로 화끈거렸다. 후시딘이나 드레싱 밴드로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혼자서는 지혈이 불가능했고, 생전 처음 119에 전화를 걸었다.
"119죠? 제가 반려하는 고양이가 저를 공격했는데 피가 너무 많이 나서요."
"어디에서 출혈이 발생하고 있죠?"
"머리요."
119 전화를 끊은 지 몇 분 후에 곧바로 구급차와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조심스럽게 상처 부위를 확인한 구급대원은, 두피 상처의 찢어진 정도가 심해서 병원에서 봉합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머리 위를 구급 대원이 준비한 수건으로 꾹 누르면서 구급차에 올라탔다. 살면서 구급차에 실려서 병원에 가게 되다니, 아찔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15개의 철심보다 무서운 것
"환자분, 보니까 두피가 두 갈래로 찢어졌거든요?"
"네... 너무 아파요, 선생님."
"바로 봉합술을 하시죠. 스테이플러 같은 건데, 금방 끝납니다. 근데 마취 없이 해야 해서 좀 아파요."
2017년 사고 당시 응급실 진료 기록지.
의사 선생님 말대로 정말 와 씨. 마취 없이 진행되다 보니 너무 아파서 병원에서 펑펑 울었다.
그렇게 내 머리에는 15개의 철심이 박혔고, 그 후로 나는 한 달 동안 머리를 감지 못했다. 회사를 갈 땐 모자를 쓰고 다녔다. 머리를 감지 못하는 불편함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다는 것. 내 고양이 먼지의 공격성이 두려웠다.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것 같은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리며 하악질과 함께 공격할 태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순둥이 개냥이 시절의 먼지. 꾸러기력이 팡팡 터지던 시절.
2017년에 발생했던 이 사건은 훗날 고양이 숨숨집 겸 이동장인 쏙백을 개발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한 때, 동네 동물병원의 소문난 개냥이었던, 순둥이 탑티어 나의 고양이 먼지는 어쩌다가 이렇게 공격적인 '문제' 고양이가 되어버린 걸까.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유튜브의 고양이 소리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지만, 그전에도 이런 종류의 소리나 영상들을 접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분명, 어떤 스트레스가 작용을 했을 텐데, 도대체 뭘까. 영역 동물인 고양이의 습성 중 내가 놓친 것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