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쉬운 고양이 자연식 만들기

집사 행동 교정 2. 고양이 자연식 만들기 (2)

by 김집사


고양이 자연식의 장점


자연식, 집밥으로 전환하고 먼지는 더 이상 방광염을 앓지 않게 됐다. 매달 병원에서 처방받아 먹이던 비싼 방광염 보조제도 끊게 됐고 결과적으로 병원비가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늘 벙벙하게 8kg에 육박하던 몸도 슬림하고 탄탄해졌고, 떡져있던 모질도 윤기 나고 부드럽게 바뀌었다.

(좌상단) 먼지, (우상단) 보리, (하단) 꽃님


수분이 가득한 음식을 먹다 보니 결과적으로 더 이상 음수량 걱정을 하지 않게 됐고, 매번 좁쌀만 한 나사를 풀어서 씻어야 했던, 귀찮음과 번뇌의 끝판왕 고양이 정수기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었다.

항상 좋은 건 늘 여기저기 공유하고 싶기 마련이다. 반려인 친구, 직장 동료, 지인들에게 자연식의 장점을 열심히 어필하며, 볼드모트 사료 공포에서 매번 불안해하지 말고 자연식으로 바꿔보라고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녔다. 하지만, 반응은 늘 같았다.


해봤는데 안 먹더라고.


자연식이 좋다는 건 알지만, 야심 차게 준비해서 짜잔. 멋지게 한 그릇 대령했는데, 어라. 고양이들이, 안 먹는다. 그렇게 몇 번 시도하다가 현타가 오고 결국엔 다시 패스트푸드인 건사료로 복귀한다. 나 역시 처음에는 여러 번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라기보다는 호랑이 선생님들의 피드백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씩 힌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고양이 자연식에 실패하는 이유 1.
향미제의 유혹.


오랜 시간 사료를 주식으로 먹은 고양이들은 인공적인 향미제에 익숙해져 있다. 사료의 기호성 테스트는 결국 이 인공적인 향미제에 대한 기호성을 테스트하는 것인데, 향미제는 계속해서 그 맛과 향을 갈구하게 만든다.

인공적인 향미제가 들어간 사료는 고양이의 식욕을 자극한다


자연식을 시작할 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가장 먼저 시도하는 메뉴(?)가 있다. 물에 닭가슴살을 삶아서 살코기를 주는 거다. 근데, 생각보다 고양이들 반응이 안 좋다. 왜냐하면 이 향미제의 자극적인 맛과 향에 익숙하진 고양이들에게 맹물에 빠뜨린 닭은 재미없는 음식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연식 성공 포인트 1.

다양한 조리 방식 활용하기


따라서 이 인공적인 향미제를 넘어서는, 고양이의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물에 삶은 고기만 줘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각보다 다양한 조리 방식 - 프라이팬에 굽기, 볶기, 오븐에 굽기, 찜기에 찌기, 압력밥솥에 삶기 등 - 을 통해 고양이의 기호성을 높일 수 있다.


(좌상단) 찜기에 넣고 익히고 있는 아귀살. (우상단) 육수에 끓이는 닭안심. (하단) 기름에 볶은 닭고기 채소 볶음밥.

예를 들자면 먼지는 기름에 볶은 닭고기보다 해산물 육수에 구수하게 끓여낸 닭고기 국밥을 더 좋아한다. 반면에 둘째 고양이 보리는 기름에 굽거나 볶은 요리를 압도적으로 좋아하고 셋째 고양이 꽃님이는 바다향이 물씬 나는 요리 - 갓 구운 김을 토핑 한 국밥, 증기로 찐 아구, 생선 구이 - 를 좋아한다.






고양이 자연식에 실패하는 이유 2.

육식에 대한 오해.


고양이는 육식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채소나 곡물, 해조류를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망설였었다. 그런데, '고양이 영양학 사전'의 저자이자 일본의 수의사 스사키 야스히코는 육류 이외의 재료 사용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만약 가정에서 닭이나 생선 등을 통째로 줄 수 있다면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중략)... 토막 낸 살코기만 먹일 때는 다양한 영양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에...(중략)... 육류, 생선 : 곡물 : 채소 = 7 : 1 : 2로 시작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야생의 고양이들은 설치류나 작은 조류를 사냥해서 통째로 먹는다. 하지만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 우리는 고기를 통째로 구매하기보다 살코기만을 구매하게 된다. 고양이보다 대형동물 - 돼지, 소, 양 - 을 사용해서 요리를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고 닭이나 오리도 내장과 머리가 제거된 살코기만을 구매할 수 있다.




자연식 성공 포인트 2.

다양한 보조 재료 활용하기


따라서 통째로 먹지 않고 살코기만 먹는 경우 고양이가 야생에서 먹는 것과 다르게 영양소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영양소를 채워주기 위해 채소와 곡물, 해조류 등을 활용한다.


고양이는 육식 동물인데 채소와 곡물을 먹는다는 부분에서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핵심은 요리에서 고기가 메인이라는 사실이다. 채소와 곡물은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소량만 사용한다.


재밌는 점은 이렇게 보조 재료와 조합이 되면 선호도가 낮은 종류의 고기에 대한 기호성이 높아질 때가 있다는 점이다.

캐스트하우스 1호실의 고양이 우유는 닭안심황태 국밥에 표고 버섯을 넣고 끓였을때 기호성이 급격히 높아졌다.

예를 들자면 먼지는 감자와 함께 기름에 볶은 닭고기 볶음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때 감자 대신 당근을 넣고 같이 볶아주면 오히려 잘 먹는다. 둘째 고양이 보리도 황태 육수에 삶은 닭 안심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표고버섯을 조금 넣고 함께 끓이면 그릇까지 싹싹 핥아서 먹는다.






고양이 자연식에 실패하는 이유 3.

의욕 과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연식을 시작할 때 고양이의 기호성을 결정하는 요소, 변수를 찾는 게 먼저다. 그런데 대부분 욕심을 내서 처음부터 새로운 요리를 시작한다. 나 역시 마음이 조급하다 보니 시작부터 잔뜩 힘을 줬었다.


그런데 이렇게 처음부터 의욕이 충만하면 거의 백 퍼센트 실패한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보수적이고 조심성이 많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화려하게 요리를 하기 시작하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나처럼...) 그렇게 되면 얼마 안 가서 보호자도 지치고 고양이도 지친다.




자연식 성공 포인트 3.

그라데이션 전략


따라서 자연식을 시도할 때는 항상 그라데이션 전략을 마음에 두어야 한다. 그라데이션 전략의 핵심은 새로운 요리나 재료를 시도할 때는 딱 한 개의 변수만 변화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매일 건사료만 먹던 아이라면 건사료 위에 한 가지 재료를 토핑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평소 닭고기 사료를 잘 먹는 아이라면 닭고기를 기름에 볶거나, 멸치 또는 황태 육수에 삶은 고기를 찢어서 얹어주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만약 황태 육수에 삶은 닭고기를 잘 먹는다면 그다음에는 황태 육수를 살짝 부어주고, 육수까지 잘 먹으면 그때부터는 사료의 양을 점점 줄이면서 황태 육수에 닭고기만 있는 메뉴로 급여하는 식이다.


우리집 스테디셀러 메뉴인 닭안심황태 표고버섯 국밥에 낯선 재료인 콩비지 한스푼만 추가해보았다.(국물이 뽀얀 이유) 늘 잘 먹던 국밥이다보니 비지도 거부감 없이 아주 잘 먹어주었다.

건사료 없이도 잘 먹는다면 그다음부터는 재료를 하나씩 추가해 본다. 황태 육수에 닭고기와 당근 조금을 넣어 함께 끓이거나 당근 대신 표고버섯을 넣거나 하는 식으로 변수를 하나씩만 미묘하게 조정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재료의 스펙트럼과 메뉴가 점차적으로 넓어지게 된다.






고양이 자연식의 즐거움


자연식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데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매우 크다. 요리를 하는 내내 기대감에 가득 찬 고양이들이 부엌을 요리조리 들락날락 거리며 언제 완성되나 기웃 거리는 모습이 꼭 엄마의 저녁밥을 기다리며 괜히 냉장고를 열어보는 내 모습 같아서 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


완성된 요리를 그릇에 담고 밥 먹는 자리로 이동할 때 그 이동하는 짧은 시간도 참지 못해 빨리 먹자며 애옹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흐뭇하고 뿌듯하다.


식구란, 같은 집에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먼지의 불안감과 그로 인한 특발성 방광염을 치유하기 위해 시작했던 자연식. 이 자연식을 통해 먼지와 보리, 꽃님이 우리 가족은 같은 재료를 함께 먹는 - 물론 사람인 나는 각종 양념이 더해져 결과적으로는 다른 음식을 먹지만 - 진짜 식구가 되었다.

keyword
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