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는 보호자인 나를 공격했던 그 사건 전부터 사실, 오랫동안 특발성 방광염을 앓았다. 방광에 슬러지(찌꺼기)가 껴서 소변을 보지 못해 응급으로 병원에 입원해 카테터로 소변을 빼내는 시술도 여러 번 받았고 늘 방광염 처방식 사료에 보조제를 달고 살았다.
특발성 방광염으로 입원한 먼지. 공격성에 방광염에, 돌이켜보니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
특발성이란 원인을 특정 지을 수 없다는 의미인데, 먼지의 공격 사건 후, 방광염의 원인은 결국 먼지에게 불안감을 초래했던 모든 일련의 사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되었던 것.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지가 보고 듣고 느끼고 먹는 것 모두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했다. 사냥놀이 교정(Hunt > Catch > Kill)도 그중 하나였고, 사냥의 다음 단계인 먹기(Eat)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했다.
왜냐하면 처방 사료와 보조제를 먹을 땐 괜찮다가 일반 사료로 돌아오면 방광염이 또다시 재발했기 때문이다. 사냥놀이와 환경 교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방광염이 재발하는 건, 식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했다. 그래서 우선 사료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 게 무엇인지부터 파악해보기로 했다.
ㅂㄷㅁㅌ 사료의 진실
먼지는 어릴 때부터 사료만 먹었다. 왜냐면 고양이는 절대 사람이 먹는 음식을 입에도 대서는 안되고 반드시 사료만 먹어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다들 그렇게 하니까, 사료만 먹는 식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냥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사료만 먹는 먼지를 보며 나는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했다.
우리 애는 사료만 먹어요. (흐뭇)
하지만 사료를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처음 집어든 책, '개 고양이 사료의 진실'은 나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이후 반려인으로서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사료에 대한 나의 맹목적인 믿음의 근거가 생각보다 빈약하다는 사실에 허탈했고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다 싶었다.
AAFCO, FDA 승인을 받았다고 하면 농장의 원재료부터 소비자 손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관리 감독한다고 믿었고, 프리미엄 사료는 좋은 재료를 써서 품질이 좋은 사료라고 믿었으며, 고양이에게 가장 좋은 식단은 사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반려인이라면 모두가 아는 해외의 유명 브랜드들도 멜라민, 사이안요산, 보미톡신, 항생제, 펜토바르비탈 나트륨(반려동물 안락사 약물), 아플라톡신, 살모넬라 등 유해물질로 인해 수 차례 리콜을 해왔었다. 리콜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후에 확인이 됐기 때문이다.
유명 해외 브랜드들의 리콜 이력.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너무 많아서 최상단 2023년도만 스크린샷 했습니다. 리콜 이력 확인할 수 있는 링크는 댓글에 달아두겠습니다.
즉, 유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사료 회사조차 확인을 못할 때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료는 가공식품이기 때문이다. 사료회사는 하청업체나 원료 공급 업체로부터 가공용 재료를 받아서 사료를 완성한다.
예를 들어서 육분 공급 업체인 렌더링 회사에서 렌더링 기계에 어떤 날은 보호소 안락사 사체와 도축장의 가축 부산물을 넣고 한 번에 돌리고, 또 어떤 날은 농장에서 공급받은 병들어 죽은 가축들의 사체를 넣고 갈더라도 결과물은 육분으로 똑같다는 의미다. 만약 보호소 안락사 사체가 원료로 들어간 날 생산된 사료라면 그 사료에는 펜토바르비탈 나트륨(안락사 약품)이 섞여 들어가게 되고 운나쁘게(?) 그날 생산된 사료를 먹은 동물들은 급격하게 간수치가 높아지며 갑자기 다양한 병증을 보이게 된다. 그러면 그제야 리콜이 시작된다.
나의 고양이를 위한 최고의 식단
나는 몇 년 전부터 매일 저녁은 먼지와 그리고 둘째 고양이 보리, 셋째 고양이 꽃님이를 위해 요리를 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 사람이 먹는 재료는 절대 고양이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는 사료회사와 일부 수의사들의 말에 자연식을 망설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에 동조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좋은 재료가 동물에게도 좋은 재료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고양이와 사람은 각기 다른 진화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소화기관도 다르고 필요한 영양소도 다르다. 바로 이런 차이점,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소는 무엇이고 어떤 재료에 그런 영양소가 들어가 있는지, 어떻게 조리를 해야 고양이의 기호성을 높이고 흡수력을 높일 수 있는지를 반려인 스스로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지의 최애 메뉴. 황태와 표고버섯으로 우려낸 국물에 약간의 당근과 닭안심을 넣고 끓인 닭안심황태국밥.
우리 아이를 위한 슬로우 푸드
자연식을 시작한 후, 먼지는 더 이상 동물병원 처방 사료와 보조제를 먹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일 시원하고 경쾌한 오줌을 싸고 있다. 더 이상 방광염이 재발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병원비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매일 번거롭게 세척을 해야 했던 고양이 정수기들도 싹 다 갖다 버렸다. 식사를 할 때 자연스럽게 수분이 가득한 음식을 먹다 보니, 정수기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고양이 그리고 개는 인간이 만든 사료를 먹기 이전에 자연에서 사냥을 하며 신선한 자연의 재료들을 먹었다. 인간이 만든 사료는,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가공식품이자 패스트푸드라고 생각한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재료로 만든 슬로우 푸드를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건강하다는 믿음을 이제는 사람에게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우리 반려 동물에게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