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사냥 본능 깨우기

집사 행동 교정 1. 사냥놀이 (2)

by 김집사



엉터리 사냥놀이


사냥놀이에 시큰둥한 먼지를 보며 나는 먼지가 사냥놀이를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장난감을 사면 그때뿐, 이내 흥미를 잃어버렸다. 매번 새로운 장난감을 사자니 돈도 문제였지만 계속해서 일회용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거북했다. 결국 장난감도 사지 않고 사냥 놀이도 가끔씩 했다.

사람처럼 밥을 먹은 후에 사냥을 운동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냥을 해서 그 보상으로 밥을 먹는 것이 고양이의 습성이다.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등 따시고 배부른 상태에서 사냥 놀이를 시도한 것도 문제였지만 - 고양이에게 사냥은 밥 먹은 후에 하는 운동이 아니라, 밥을 먹기 위한 필수 활동이다 - 더 큰 문제는 내가 먼지에게 했던 사냥놀이가 엉터리였다는 데 있었다. 장난감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던 것.

나는 사냥 놀이를 '운동'쯤으로 생각하며 먼지가 뛰어서 장난감을 잡는 행위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었다. 그래서 먼지가 잡으려고 하면 뺏고, 잡으려고 하면 뺏고. 잡힐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먼지가 관심이 없어 보이면 눈앞에서 오두방정을 떨며 제발 한번 뛰어서 잡아주라며, 그렇게 '장난감 잡기(catch)' 활동으로 사냥놀이를 이해했다.




입체적이고 완결성이 있는 행위 예술


먼지의 공격 이후, 다시 공부를 하면서 고양이의 사냥은 '사냥감 잡기(catch)'로만 이뤄져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사자, 호랑이나 표범, 치타와 같은 고양잇과 동물들이 사냥을 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는걸, 왜 나는 몰랐을까. 고양이의 사냥은 단편적이지 않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모든 고양잇과 동물들의 사냥 과정은 대단히 입체적이며 기승전결의 완결성을 내포한다.

야생의 고양잇과 동물들은 사냥감이 나타나면 한참을 관찰하며 쫓아다니다가(hunt) 타이밍이 되었을 때 사냥감을 잡은(catch) 후, 이빨과 발톱으로 죽인다(kill)


지난번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양이의 사냥은 Hunt, Catch, Kill, Eat 네 단계의 행위로 구분이 된다. 이 행위들이 물 흐르듯이 하나의 행동으로 완성될 때 비로소 고양이는 포식자(predator)로서의 자신감을 충전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 없이 잡힐 듯 말 듯 요란스럽게 장난감을 고양이 눈앞에서 흔드는 것은 사냥이 아닐뿐더러, 고양이의 다양한 문제 행동 교정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HUNT

HUNT 단계에서 고양이는 사냥감을 포착하여, 온몸의 감각을 활용해 사냥감을 관찰한다. 이 과정을 통해 고양이는 목표물을 잡을 최적의 사냥 전략을 도출한다. 수염은 마치 레이더처럼 사냥감이 있는 방향으로 일어서며 동공이 커진다. 귀를 쫑긋 세우고 사냥감의 움직임을 좇으며 고개가 좌우 아래위로 움직인다.

은신한 상태로 사냥감을 관찰 중인 캐스트하우스 1호실의 우유


CATCH

이전의 HUNT 단계에서 도출한 사냥 전략에 따라 고양이는 목표물을 잡을 위치로 이동하거나 목표물을 잡을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자신만의 필살기(?)를 활용해서 나름의 trial-and-error를 반복한다. 몇 차례의 시도 끝에 목표물을 낚아채면 다음 단계인 KILL이 도래한다.

점프를 해서 사냥감을 잡으려는(catch) 우유.



KILL

발톱과 이빨을 사용해 사냥감을 죽인다. 사냥감을 물고 자신만의 은신처로 이동하기도 하며, 사냥감이 완전히 죽었다고 판단될 때까지 여러 차례 이빨과 발톱을 활용해 죽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Kill 할때 만큼은 맹수가 되는,우유


EAT

사냥감을 완전히 죽인 후, 그다음 단계로 이제 사냥감을 먹는다. 이때 보호자는 고양이가 사냥 장난감을 잘근잘근 씹어 삼키기 전에,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나 식사를 고양이에게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고양이는 맛있는 식사로 배를 채우면서 동시에 포식자로서의 자신감도 채울 수 있게 된다.




사냥놀이, 양보다는 질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후에 나는 더 이상 사냥 놀이 '시간'에 집착하지 않게 됐다. 그 대신 Hunt Catch Kill 각각의 단계에 온전히 몰입하기 위해 노력했고, 사냥놀이의 양보다 질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이 장난 저 장난감 돈지랄(?)을 하지 않게 됐다. 고양이들의 사냥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박한 혹은 비싼 장난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집사의 고밀도 메쏘드 연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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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