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거울을 그리다
이틀 동안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완독 했다. 타인의 수기를 소설처럼 펴낸 듯 책의 처음과 마지막에 화자가 어떻게 수기를 접하게 되었는지 경위를 설명하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볼 때 이 책은 그의 인생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어떻게 부잣집 도련님인 요조가 점차 타락하게 되어 쓸쓸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독자들은 요조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인간을 두려워하고 인간의 말에 화조차 내지 못하고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요조가 어떻게 인간을 두려워하게 되었는지 어린 시절부터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회의를 품고 평생을 익살을 연기하며 다른 사람을 위해 서비스하며 사는 요조는 어딘지 모르게 나와 닮은 것 같아 동정하게 되는 인물이었다. 그에게 세상은 지옥이었고 자살은 그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는 다섯 번 자살 시도 후 결국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소설 속 요조도 계속 자살을 시도한다. 요조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자신을 인간 실격으로 부르는 장면과 목적 없이 사는 폐인으로 수기를 마치는 마지막 부분이 아쉬웠다. 만약 요조가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지 않고 가난한 집 아들이었다면 그 결핍으로 더 정신 차리고 살지 않았을까? 그리고 평생을 부르주아적 삶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심약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소심한 기질 때문에 이런 결말을 맞게 되었을까? 무엇이 진정 인간이고 그는 진짜 인간으로서 실격한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