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사랑, 반항
조예은 작가의 단편집 ‘칵테일, 러브, 좀비’를 완독 했다. 네 편 모두 인상 깊었지만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가 뇌리에 제일 깊게 박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어 단어이면서 싫어하는 단어는 ‘eventually’이다. 결국이라는 뜻이지만 일련의 사건을 거치고 다다르는 결국은 어찌 보면 정해진 운명을 거스를 수 없게 느껴진다. 이 단편 속 속삭임도 그렇다. 운명을 바꾸려고 발버둥 치는 인간들을 조롱하며 일어날 일들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 거대한 운명의 굴레 속 작은 개미 같은 인간이라 슬펐다. 무기력했다. 정말 운명처럼 우연처럼 사건은 우리를 찾아오고 우리는 능동적으로 싸워나가지만 결국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몰입해서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읽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 장이다. 여름과 어울리는 단편이라 더위 쫓기에 안성맞춤인 책이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