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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나 Nov 24. 2023

갈리시아의 유칼립투스와 나의 이불

<나무 수업> 페터 볼레벤


 마치 백과사전을 읽은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독일의 한 산림경영전문가가 숲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쉽게 설명한 글이다.
마치 다큐멘터리 하나를 본 느낌이랄까.


책 이름은 나무 수업이지만, 비단 나무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살고 있는 땅 아래, 공기 중 생물들의 이야기까지 모두 담고 있는 책이다. 정독을 하는 편이라 겨우 300페이지되는 두껍지 않은 책을 거의 일 년 가까이 아주 느린 호흡으로 읽고 오늘에서야 마지막 장을 끝냈다. 마치 백과사전을 읽은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독일의 한 산림경영전문가가 숲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쉽게 설명한 글이다. 마치 다큐멘터리 하나를 본 느낌이랄까.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나무를 '생각하는 동물'처럼 묘사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궁극적으로는 독자들이 그렇게 느끼길 원하는 게 필자의 목적일 수도 있다. 나무도 서로 대화를 하는 사회적 존재이고, 과거를 기억하고, 같은 종이더라도 각자만의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갈리시아의 유칼립투스와 나의 이불


숲의 이야기를 읽으며 작년 스페인 북부 여행 중에 처음으로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섰을 때 처음 마주한 풍경이 기억났다. 아직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꽤나 충격적이었는데, 작은 언덕이며 산마다 모조리 유칼립투스 나무로 빽빽하게 채워져있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자라는 이 나무종의 특성과 갈리시아의 사시사철 강수량이 많은 특징을 이용해 과도한 임업을 하는 모습이었다. 단일종으로 나란히 자수를 놓은 듯한 못생긴 숲의 모습은 둘째로, 그 모습 뒤에 보이는 인류의 탐욕이 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몇 주 후, 침대 커버를 하나 샀다. 실크같이 부드럽고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는 검은색 리오셀 재질이었다. 천연 식물성 소재이면서 나름 면보다 나은 친환경 원단이라고 해서 죄책감을 더는 건 물론, 오히려 환경보호에 일조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리오셀은 어떤 식물에서 뽑아냈을까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내가 갈리시아에서 본 유칼립투스 숲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여행 중에는 삼림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정부나 기업에 관련된 먼 이야기로 생각했는데, 사실은 물건을 사고 소비하는 아주 가까운 나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동물 복지, 그리고 숲의 복지


내가 대부분의 식단을 채식으로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로 동물을 물건 취급하듯 기르는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기 때문도 있다. 하지만 공장식 숲에 대해서는 왜인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기후 위기의 해결 방안 중 하나로 벌목 중단, 숲 재생 등이 나오고 있는데, 주로 이건 위기를 피하고 싶은 인간의 이익을 중심으로 다뤄지는 것이 저의 전부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작가가 이야기하듯이, 최근 들어 동물복지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법이 개정되고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는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식물과 특히 숲 전체에 대한 권리 존중와 복지까지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나도 함께 입을 모으고 싶다.


이 책에 대해 가장 아쉬운 점은, 저자가 독일인인지라 유럽 숲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다는 점이다. 나는 현재 유럽에 살고 있고 평소에 생물 다양성이 관심이 있는 편인지라 흥미를 갖고 읽어내려갈 수 있었지만,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한 챕터도 못 끝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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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차비와 마을 한 바퀴를 걸을 때 가로수들과 공원의 나무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어떤 나무는 곰팡이에 감염됐는지, 어떤 나무는 극심한 더위에 지쳐있지는 않는지 등이다. 책에서 배운 만큼 보이는 나무 마다의 고군분투에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건 나의 일상을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드는 습관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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