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나 Nov 24. 2023

너는 최고의 아내야. 우리 집에서.

오늘 아침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을 때, 같은 시간에 깬 차비가 옆에 있던 나에게로 굴러와 뜬금없이 말했다.


"내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너가 내 옆에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야."


이 말을 들었던 그때는 별 감동은 없었는데, 오늘 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가슴에 울린다. 이런 말을 가끔가다 불쑥 듣곤 하니, 산 조르디의 장미(카탈루냐의 밸런타인데이)도, 화려한 기념일 선물을 받지 않아도, 언제나 나에겐 잔잔한 사랑이 있다는 사실에 아쉬운 마음 한 켠 없이 이미 마음이 가득 채워져 있나 보다.


한 번은 언니가 말하길, 내가 말하는 것처럼 차비는 그리 차갑지 않고, 자기가 보건대 오히려 농담을 하며 은근히 사랑 표현을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푸엣(fuet) 없이 살 수 있지만, 현나 없이는 못 살아." 하더니 곧바로 "그런데 올리브 절임 없이는 더 못 살아."라고 한 말이라던가. "너는 최고의 아내야." "우리 집에서."라고 하는 등이다. 항상 장난으로 넘어가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듣고 보니 무의식적으로 자주 고백을 받아 왔다는 사실에 조용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너무 달콤하지도 너무 담백하지도 않게 그만의 방식으로 재치 있게 사랑을 표현하는 건 내가 때때로 받는 깜짝 선물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갈리시아의 유칼립투스와 나의 이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