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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Feb 18. 2020

40. 저는 똥손이 아니었습니다

방탄소년단 덕후 일기 40


* 이번 편은 일기를 가장한 다수의 자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핸드폰 메모장이 아닌 종이 다이어리에 매일 짧은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날엔 메뉴와 식당 이름과 함께 한 사람의 이름을 적고, 와인을 마신 날엔 와인 그림과 종류, 와인을 마시려 했던 이유와 감상을 적는다. 건조한 사실 위주로 적기 때문에 일기라고 하기엔 좀 멋쩍다. 


아이폰 충전기와 에어팟만 꺼내놓고 가방을 방구석에 던져놓았던 주말이 지났다. 이틀 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가방이 출근해서야 열렸다. 글리터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방탄소년단 시즌 그리팅 다이어리를 꺼냈다. 바스락. 종이를 넘겨 1월부터 쭉 훑은 뒤 2월 페이지로 넘겼다. 주말의 기록을 적으려다가 멈칫. 노란 형광펜으로 눈에 가장 잘 띄게 체크해놓은 2월 6일을 검지로 쓸었다. 


빙긋. 웃음이 나왔다. 


100% 당첨이 보전된 뽑기엔 매번 꼴등인 6등이, 학창 시절 자리 뽑기엔 항상 교탁 바로 앞자리가, 복권은 숫자가 하나라도 맞으면 다행이고, 랜덤 당첨인 경우엔 어김없이 꽝을 선택받는 내가 맞나 싶다. 펜을 잡는 손가락에 힘이 빠지는 듯 해 휘뚜루마뚜루 적어놓고 다시 메일 사이트에 접속했다. 


You Just Scored Tickets to BTS MAP OF THE SOUL TOUR



뉴저지 2회, 시카고 2회 총 4회 공연 티켓이 여기에 있다. 그것도 모두 사운드 체크가 포함된 Silver package 티켓이다. 무대와 가까운 좌석을 또 확인했다. 빙긋. 또 웃음이 나왔다. 


지민이도 울고 갈 똥손 그 자체인 내게도 이런 운이 존재한다는 걸 남겨 놓고 싶어서, 이 네 장의 티켓을 얻는 과정을 나름의 정보처럼 알려주고도 싶어서 이번 편을 쓴다. 다이어리를 넣어두고 일할 채비를 갖췄다. 


"좋은 아침입니다." 


출근하는 부서 선배들께 인사했다. 정말 좋은 아침이니까. 






* 날짜 및 시간은 모두 한국 기준입니다.



1. 2020년 1월 22일(수)



정신없이 몰아치는 하루였다. 4월 서울부터 9월 도쿄까지 이어지는 긴 투어 일정이 공개됐고(이 와중에 바르셀로나가 포함돼 있어서 소리 없는 내적 아우성을 질렀던 날이다), 연이어 서울 공연 메인 포스터와 공연 홍보 스팟이 올라왔다. 탁상 달력을 넘나들며 투어 일정을 기록한 뒤 스포일러를 통해 미리 대기 예약을 해놓았던 뉴욕과 시카고, 그리고 바르셀로나를 추가한 항공권과 호텔 결제를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다. 이것만으로도 벅찼는데,


[Notice] ARMY MEMBER PRESALE for BTS MAP OF THE SOUL TOUR - NORTH AMERICA


화룡점정은 해외 티켓팅 사이트인 티켓마스터(Ticketmaster)의 북미 공연 팬클럽 선예매 등록을 안내하는 공지사항이었다. 공연에 맞춰 스케줄을 다 짜 봐야 티켓이 없으면 그 스케줄 결국 아무 의미 없는 것 아니냐는 메시지를 건네는 듯한, 실로 엄청난 타이밍이었다. 


작년 스픽콘의 경우 여러 회차의 공연 예매가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이루어져 티켓마스터 사이트가 거의 폭파되다시피 했었다. 시카고 공연 예매를 위해 참전했던 나도 공연장 좌석이 보이는 데에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렸었고, 그렇게 접속된 화면에서 수많은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의 좌절을 맛보아야 했었다. 올해는 공연 회차도 두 배 넘게 늘어났고, 그만큼 티켓팅을 시도하는 팬들의 수가 훨씬 많아질 것임을 예상해 유료 팬클럽에 가입된 팬들에게 티켓팅 우선권을 주는 방식이 도입된 것이었다. 


선예매 등록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유료 팬클럽(아미 Army)에 가입된 팬을 위한 선예매였고 하나는 티켓마스터 사전 인증 팬 선예매였다. 그러니까 아미 가입 팬이 1순위, 이 기간 동안 인증한 팬이 2순위(아미 가입 팬 포함), 3순위가 일반 팬이었다.


물론 신청을 한다고 해서 모두 선예매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번 선예매에 등록한 팬들 중 선예매에 참여 가능한 초청 코드를 받아야만 일반 예매보다 이틀 앞서 공연 예매를 진행할 수 있었다. 초청 코드를 못 받으면 사실상 좋은 좌석을 선점하기는 어려웠다. 


공지사항에 맞춰 순서대로 입력을 모두 마쳤다. 멤버들의 포스터 위로 등록이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제 메일이 오는 날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정말 긴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2. 2020년 2월 4일(화)



똥손에게도 희망은 있기에 내일 선예매 코드를 받았을 때를 대비한 고민이 시작됐다. 시차를 따지면 우리 시간으로 새벽 5시부터 티켓팅이라 그 시간에 PC방을 가는 게 나을지 회사에 일찍 오는 게 나을지 선택해야 했다. 혹시 작년처럼 티켓마스터 서버가 접속 숫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터진다면, 그래서 화면이 넘어가는 것만 두 시간 넘게 기다리게 된다면, 점점 가까워지는 출근 시간에 제대로 티켓팅을 해보지도 못한 채 PC방을 나와야 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집보단 안정적인 서버를 갖춘 회사에서, 아무도 없는 고요한 새벽에 조용히 티켓팅을 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겠다. 새벽같이 출근하는 나를 보며 안내실 직원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잠깐 했다.


점심을 먹은 뒤 커피 한 잔을 사서 사무실 자리에 앉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티켓마스터 사이트에 접속했다. 로그인을 한 뒤 검색창에 BTS를 입력했다. 북미 공연 및 베를린, 로테르담 일정이 차례로 뜬다. 그중 뉴욕 멧 라이프 공연 페이지를 클릭했다. 


Error 401 Not allowed


흰 화면에 에러 메시지가 떴다. 곧 있을 선예매 티켓팅을 앞두고 페이지를 잠깐 막아둔 걸까 싶은데 다른 가수 공연을 클릭해도 마찬가지다. 공연 스케줄까지는 잘 보이는데 티켓팅을 하기 위해 스케줄을 클릭하면 다음 화면으로 전환이 되질 않고 똑같은 에러 메시지가 떴다. 익스플로러 대신 크롬으로 접속해도 마찬가지였다.


트위터로 서치 해보니 나와 비슷한 상황인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중 어느 한 해외 팬이 자신의 컴퓨터 에러 화면을 찍어 올린 뒤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한탄하는 트윗 글을 올렸고,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달라며 티켓마스터 공식 계정이 답글을 달아놓은 것을 보았다. 그 즉시 티켓마스터 계정으로 '현재 티켓팅 화면으로 접속되지 않으며 이러이러한 에러 메시지가 뜨고 있다'는 것을 자세히 적은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많이 받고 있는지 곧바로 답장이 왔다. 컴퓨터 IP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뒤, 내 IP 주소를 알려주면 확인해주겠다는 것이었다. IP 주소를 적어 다시 메시지를 전송했다. 아까와 다르게 한참을 기다린 뒤 받은 메시지는 아래와 같이 간단했다. 


'네 모바일 데이터로 해 봐'

(실제론 Can you try to use your mobile carrier data?라고 정중히 보내왔다)


아이폰 사파리를 열었다. 와이파이를 켠 채 접속하면 티켓팅 화면에서 똑같이 에러 메시지가 떴지만 LTE 데이터로 전환한 뒤 접속하니 티켓팅 화면으로 부드럽게 연결됐다. 현재 선예매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었다. PC방에 갈 필요도, 회사에 올 필요도 없었다. 늦지 않게 일어난 침대 위면 충분했다. 


혹시나 싶어 설레발 떨길 잘한 하루였다.



3. 2020년 2월 5일(수)



미국 스케줄이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시차를 가늠해 한국 시간으로 바꿔 확인하는 일이다. 게다가 미국은 서부나 중부, 동부의 시간이 다르다. 영문 공지를 수능 영어 문제 푸는 것보다 더 자세히, 더 집중해서 읽고 해석해야 하는 이유다. 현지 시간으로 2월 4일 오후 즈음에 1순위 선예매 코드가 발송될 거고, 2순위 선예매 코드는 2월 5일 저녁 즈음에 받아볼 수 있을 거란 공지가 티켓마스터 트윗을 통해 올라왔다(정확히 몇 시에 발표가 된다는 우리의 공지와 사뭇 다른 공지다). 그렇다면 한국 기준으로 2월 5일 수요일 새벽에서 아침 사이에 메일을 받을 수 있겠다. 왠지 와인 한 잔 한 뒤 흐릿한 감각으로 잠에 들면 부정이라도 탈까 봐 <달려라 방탄> 새 에피소드만 두 번 돌려본 뒤 또렷한 정신으로 잠에 들었다.


일어나자마자 메일을 확인했다. 


Your Invitation to the...


앞 두 단어만 읽고도 심장이 쿵. 1순위로 선예매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분 좋은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초청장을 받고 한 시간 반이 지난 뒤 선예매 코드가 적힌 메일이 뒤이어 도착했다. 똥손인 나도 받은 메일이기에 선예매 신청자들에게 모두 다 코드가 발급된 건 줄 알았는데, 웨이팅 리스트에 들었다며 본 시간에 바로 참여할 수 없다는 메일을 받은 분들도 상당히 많았다. 알파벳과 숫자가 조합된 일곱 자리의 글자를 몇 번이고 확인했다. 


혹자는 특히 네이버 메일로 신청한 사람 중 선예매 코드를 받은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북미 공연이기에 의도적으로 한국 계정을 걸러낸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표했다. 일단 내가 사용한 계정은 다음 한메일이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고, 코드를 받은 나는 그저 조용히 환호만 지를 뿐이다.



4. 2020년 2월 6일(목)



"(쩌렁쩌렁) 주무시는 건 아니죠? (짝짝짝)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2019년 4월 24일, 늦은 시간 진행한 Map of the SOUL : PERSONA 비하인드 라이브 방송에서 혹시 졸고 있을지 모를 팬들을 쩌렁쩌렁 깨우던 남준이의 음성을 그대로 따서 알람으로 쓰고 있다) 


03:30, 03:35, 03:40, 03:45, 03:50...


혹시 깨어나지 못할까 5분 단위로 알람을 설정해놓았으나 우렁차게 소리 지르는 남준이의 목소리 덕에 첫 알람만에 눈이 번쩍 떠졌다. 오늘 내가 도전하는 도시는 뉴욕(뉴저지)과 시카고. 운이 좋게도 중부와 동부로 나뉘어 뉴욕은 우리 시간 5시에, 시카고는 6시에 티켓팅이 시작된다. 한꺼번에 4회 차 전부를 도전하는 불상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신도 맑게 할 겸 출근 준비를 먼저 했다. 씻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말리고 고데기를 말았다. 옷만 갈아입으면 바로 나가도 될 정도로 채비를 마친 뒤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아직 다섯 시가 되려면 사십 분이나 남았다. 유튜브와 브이 앱으로 멤버들 영상을 보면 티켓팅에 너무 긴장할 것 같아 짧은 호흡의 예능 클립 몇 개를 연달아 봤다. 이 시간에 티켓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몇 커뮤니티 및 트위터가 와글와글했다. 원하는 공연에 선호하는 좌석에 꼭 앉기를 기원하며 서로 힘을 북돋아주고 있었다. 지금만큼은 선의의 경쟁자가 되는 것이다.


로그인을 완료하면 한 회차 당 한 번만 대기열에 들어설 수 있다. 그러니까 컴퓨터와 핸드폰 등 여러 개의 디바이스에 동시다발적으로 로그인하거나 한 디바이스에서 여러 개의 탭을 열어 같은 회차에 여러번 미리 접속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이는 사전 공지가 된 내용이었고, 한 아이디로 동시다발적으로 티켓팅을 하는 것에 대해 불이익이 있을 것이란 느낌을 주었다). 침착하게 사파리에서 두 개의 탭을 열었다. 하나는 토요일 회차, 하나는 일요일 회차다. 둘 중 먼저 접속되는 곳 먼저 공략한 뒤 마저 다음 회차를 마무리해야 했다. 선예매 시간을 알리는 시계의 색깔이 바뀌었다. 곧 티켓팅이 시작이었다.


정각이 되자 자동으로 페이지가 넘어갔다. 사람 모양을 한 캐릭터가 막대 가장 끝 위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었다. 현재 대기 순서 2,000+. 작년에 2 만번대가 뜬 뒤 내내 자리에서 이동할 생각 없었던 캐릭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던 기억이 있기에 2천 번대 쯤이야, 하는 마음이다. 일요일 공연 회차 역시 제자리걸음 하는 캐릭터와 2,000+ 대기 순서를 기록 중이었다. 


어?


얼마 지나지 않아 막대가 이동했다. 숫자로 생각보다 빨리 줄어든다. 1800번대, 1500번대. 일요일 회차도 마찬가지였다. 1900번대, 1600번대.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200명이 줄고 이대로 멈췄나 싶으면 300명이 줄었다. 5시 8분이 되었다. 숫자 1만 지워지면 이제는 내 차례였다.


화면이 하얗게 변한 뒤 다음으로 넘어갔다. 선예매 코드를 입력하라는 창이 떴다. 침착하게 코드를 입력하고 나니 넓은 스타디움 좌석이 보였다. 옵션으로 VIP 패키지를 선택한 뒤 검색했다. 돌출무대 바로 앞 구역이 선택 가능했다. 넓은 스타디움이기에 돌출 무대에서 많은 공연을 진행하는 멤버들이라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역 중 하나인 곳이다. 매수를 체크한 뒤 결제를 눌렀다. 버벅거림 없이 바로 결제 페이지로 넘어갔다. 됐다.


작년에 티켓팅을 하며 티켓마스터 내 정보에 미리 결제 카드 내용을 등록해 놓았기에 CVC 번호만 누르면 바로 결제가 완료되게 돼 있었다. 세 자리의 숫자를 누르고 클릭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띠링, 카드 결제가 완료되었음을 알려주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다시 내용을 확인할 틈이 없다. 바로 일요일 공연 예매 탭으로 넘겼다. 여기도 이미 티켓을 클릭할 수 있는 화면으로 넘어가 있었다. 똑같이 VIP 패키지를 체크하고, 돌출무대 앞 구역의 좌석을 선택했다. 띠링, 두 번째 결제 알람이 울렸다. 걱정과 달리 20분도 안되어 뉴욕 2회 차 공연 예매를 순식간에 마쳤다. 그것도 제일 선호하는 구역에, 사운드 체크 패키지로.


"이게 무슨 일이야.."


뉴욕 공연을 보러 갈 예정이나 선예매 코드를 받지 못했다고 했던 지인이 생각나 토요일은 두 좌석을 예매했던 터였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사첵 티켓을 예매했다고 메시지를 보내니 금세 고맙다는 연락이 왔다. 두 배로 뿌듯했다. 뉴욕 예매 창을 끄고 시카고 예매 창을 켰다. 역시 두 개, 하나는 토요일 하나는 일요일 공연이다.


여섯 시 정각. 역시 자동으로 페이지가 넘어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2,000+ 의 대기 숫자가 나타났다. 제자리걸음 하는 캐릭터가 하나도 얄밉지 않았다. 뉴욕 공연과 마찬가지로 약 10분이 흐르자 티켓팅이 가능한 페이지로 넘어갔다. 뉴욕 공연의 경우 지도를 직접 클릭하지 않고 티켓마스터 상에서 추천해주는 좌석으로 바로 체크해서 넘어갔기에 이번에는 직접 좌석을 선택해보고자 했다. 돌출 무대 앞의 좌석 중 보다 가운데에 가까운 좌석을 선택했다. 한 번의 이선좌 이후 다음의 좌석을 클릭하니 결제 페이지로 바로 넘어갔다. 띠링, 세 번째 사운드 체크 패키지였다. 


일요일 공연 페이지에선 조금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티켓팅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포도알이 보인 적이 없었기에 클릭하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세 번의 티켓팅으로 손가락의 힘이 다 했는지, 아니면 똥손이 가져선 안 되는 욕심을 부려서였는지 이번엔 누르는 족족 이선좌에, 돌출무대 가까운 좌석들이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간 제대로 좌석도 선택하지 못할 것 같아 남은 포도알 중 가장 괜찮아 보이는 좌석을 선택했다. 돌출무대와 본무대 중간 즈음의 사운드 체크 패키지 좌석이었다. 띠링, 네 번째 알람이 울렸다. 시간을 확인하니 6시 30분 즈음이었다.


좌석이 이렇게 보일 수도 있다니



이미 출근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난 뒤였기에 그 상태로 침대에 누워 좌석 위치를 계속 확인했다. 무슨 정신으로 티켓팅을 끝냈는지 모르겠다. 이제야 몸에 피가 도는 것 같다. 지인과 메시지를 나누며, 사운드 체크 패키지 예약 성공을 신나게 알리는 글과 아직도 접속하지 못했다며 한탄하는 글을 보며 아침을 맞이했다.

무엇보다도 1. 티켓마스터 선예매 코드를 받았고, 2. 그리고 선예매 코드 하나만 있으면 북미 공연 전체의 선예매를 진행할 수 있었고, 3. 카드 결제 정보는 미리 등록했었고, 4. 티켓마스터 사이트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었고, 5.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한민국의 LTE 속도가 있었기에 이 결과가 나온 듯하다. 


내내 마음 졸였던 티켓팅의 결과는 이러했다. 똥손에게도 이런 날이 있는 것이다. 



5. 아직도 2020년 2월 6일(목)



새벽에 잠에서 깨 온 신경을 다 해 티켓팅을 하고, 출근을 해서 업무를 하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다. 회사와 집이 그리 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차를 몰고 집에 돌아와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뒤 눈을 조금 붙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달게 쉰 뒤 회사로 돌아왔다.


북미 티켓팅에 정신이 없어서 그랬지 사실 오늘은 지난 1월 29일에 응모한 4월 서울 콘서트 추첨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작년 스픽콘에 이어 이번 맵솔콘도 그라운드와 1층 좌석은 팬클럽 가입자들에 한해 응모를 받았다. 지난 스픽콘에서는 장렬하게 (당연하게도) 광탈한 뒤 직접 티켓팅을 해서 올콘에 성공했었다. 


오후 2시.


당첨 여부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몰린 덕에 위플리가 바로 접속되지 않았다. 앱을 끄고 다시 접속하고 하던 중에 벌써 자신의 당첨 결과 여부를 알리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2분 여의 시간이 지나니 화면이 보였다. 가장 메인의 상단, 피하고 싶으면서도 마주해야 하는 그 문장.


BTS MAP OF THE SOUL TOUR - SEOUL 팬클럽 추첨제 결과 확인


추첨제 결과를 확인하시려면, 하단의 '팬클럽 추첨제 결과 확인하기'를 눌러주세요

'팬클럽 추첨제 결과 확인하기'


오늘은 티켓팅에 이미 내 운을 다 썼기에 추첨에 당첨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음에도 내심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눈을 질끈 감고 클릭했다.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내 인생에 당첨이란 두 글자가 또 있을 수 있다니. 1순위로 넣었던 서울 막콘 그라운드석을 확인했다. 지난 스픽콘과 달리 1인 1매로 제한을 둔 데다 1회 차가 더 늘어나니 똥손에게도 이렇게 기회가 닿았다. 언제 다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 위플리에 접속해 추첨제 결과 버튼을 누른 뒤 당첨 축하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서를 화면 녹화해두었다. 다음 추첨에 떨어지더라도 오늘을 기꺼이 기억해야지.


하루 종일 땅에 서 있지 않은 듯한 느낌으로 붕 떠 있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샴페인 한 병을 텄다. 멤버들처럼 나도 기념하기 위해선 역시 샴페인이다. 아직 바르셀로나 공연과 남은 서울콘 회차의 티켓팅이 남아있지만 왠지 다 잘 될 것 같다.



응? 똥손? 


그게 무슨 단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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