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 부러움, 따뜻함
가르침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은 복숭아빛 발그스름한 볼의 예쁜 두 소녀가 피아노 앞에 있는 구도의 그림이다. 언니처럼 보이는 소녀는 서 있고, 동생처럼 보이는 소녀는 앉아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 언니가 동생의 피아노 레슨을 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가르침’은 남에게 지식, 기술, 도덕 등을 일러서 깨닫게 하거나 익히게 하는 행위 또는 그 내용을 의미한다. 먼저 배우고 익힌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은 어렸을 적엔 부모님이었지만 요즈음은 주변 사람들과 선생님들이다. 학원에 가면 기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있고, 살아가며 마음이 우울하고 버거울 때 이것들을 떨쳐낼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다.
특히 읽고 쓰는 즐거움을 알려준 친구가 있다. 읽으며 생각이란 것을 하게 된다. 찾아보게 된다. 사고의 확장이 일어난다. 쓰는 것을 하며 글을 쓰는 방법의 다양성을 알았다. 그림을 보며, 하루를 되짚어 보며, 영화를 보며, 행사에 참여하며, 다양한 글쓰기를 해 보게 된다. 친구는 정해진 틀을 주고 쓰라고 가르쳐 주지 않는다. 개개인의 잠재된 결핍을 끌어내어 쓰면서 곱씹는 것이 아닌 털어내어 치유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더불어 기록하는 중요성을 가르쳐 주었다.
부러움
어린 시절 피아노는 부의 상징적인 물건이었다. 지금도 나무로 된 전통 피아노는 가격대가 나간다. 내가 어렸을 적엔 더 고가의 물건이었으리라. 나는 피아노를 배워 보지 못했다. 또한 피아노를 배우는 일이 대중적인 일이 아니었다. 피아노를 배우는 집 아이들은 소위 잘 사는 집이었다. 우리 집은 피아노 학원까지 보내 줄 형편은 아니었다. 대중적인 주산학원에 다니는 것만도 감사할 일이었으니까.
그 친구의 어머님은 교육열이 높았던 것 같다. 반지하 셋방에 살던 친구는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피아노가 끝나야 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친구가 종종 본인의 학원(개인 가정집에서 레슨을 받았었다)에 가자며 나를 데리고 가서는 기다리게 했다. 그 덕에 난 피아노 연주를 들을 호사를 누리기도 했지만, 놀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기다림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악기를 배우지 못했던 한을 수능이 끝나고야 풀었다. 엄마에게 피아노를 배워 보고 싶다고 했더니 학원에 등록을 시켜 주었다. 피아노 한 대가 겨우 들어가 있는 작은 방마다 문에는 작은 유리창이 있었다.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선생님이 잘하고 있는지 엿보는 감시의 창이었다.
나이가 먹어 시작한 피아노는 정규과정을 따르지 않고 스피드 하게 바이엘을 나가는데 양손에서 배움은 막을 내렸다. 높은 음자리와 낮은 음자리를 한 번에 쳐내는 일이 나에게는 크나큰 어려움이어서 더는 진도가 나가지지 않아서였다. 지금도 양손을 쓰는 일엔 버퍼링이 걸리곤 한다. 피아노 배움은 결국 ‘해봤다’는 만족과 함께 아쉬움으로 막을 내렸다.
따뜻함
르누아르의 그림은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된 파스텔을 이용한 스케치본이라고 한다. 인상주의 화가들 가운데 따뜻함과 사람들의 표정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화가인 것 같다. 색이 주는 따뜻함과 파스텔이 주는 부드러움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또한 소녀들의 모습에서 행복한 가정의 느낌이 풍겨났다.
과연 이 소녀는 어떤 곡을 연주하고 있었을까 상상하며 이 그림에 어울릴 피아노 곡을 찾는다. 나는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를 추천하겠다. 또한 그림이 주는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담은 밀크티와 함께. 소녀의 하얀 드레스와 옅은 갈색빛의 드레스가 우유와 홍차를 떠올리게 했고 우유가 음료를 한층 부드럽게 해 주어 어울리지 싶었다.
로열 밀크티는 홍차향과 우유의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는 일본식 밀크티다. 일반 밀크티보다 진하게 우려낸 홍차에 우유를 넣어 ‘고급스럽다’는 뜻에서 로열(Roya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준비 재료 (2인분 기준)
홍차 티백 4개 (아쌈 추천)
물 150ml
우유 350ml
설탕(또는 꿀) 기호에 맞게 1~2큰술
� 만드는 법
1. 물 끓이기
냄비에 물 150ml를 넣고 끓여주세요.
2. 홍차 우려내기
끓는 물에 홍차 티백을 넣고, 약불에서 3~5분 진하게 우려냅니다. (평소보다 진하게 해야 우유를 넣었을 때 싱겁지 않아요.)
3. 우유 넣기
티백을 꺼내지 않은 상태에서 우유 350ml를 넣고 약불로 살짝 끓여줍니다.
Tip: 우유 가장자리에 막이 생기기 전 끓어 넘치지 않을 정도에서 불을 끄세요.
4. 설탕 넣기
기호에 맞게 설탕이나 꿀을 넣고 잘 저어주세요.
5. 마무리
체로 걸러내어 잔에 담아주세요.
*맛있게 즐기는 팁
설탕 대신 연유를 넣으면 더 진하고 달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