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칼국수, 무슨 칼국수 먹을래?, 팥칼국수
손 칼국수
나의 옆지기는 국수를 좋아한다. 밀가루로 만든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긴 면으로 만든 건 다 잘 먹는다. 특히나 수고로움을 더한 손으로 만든 것이라면 더더욱이다. 손만두, 손칼국수, 손수제비등등 말이다. 일벌이기 귀찮아 툴툴거리면 찾는 칼국수집이 있다. 행궁동 인근 북수동에 오래된 미닫이 새시 문이 손님을 맞는 칼국수 집이다. 상호는 '대왕칼국수'. 우리 식구들은 4천 원에 칼국수를 사 먹기 시작해서 조금 오른 가격이지만 자주 애용하는 집, 고물가 시대 6천 원에 뱃고래 큰 성인 남자도 한 그릇 삭삭 비워내기 어려운 집이다. 남편은 술 먹은 다음날 의례 해장국집처럼 가는 곳이기도 하다. 오래된 구옥 건물을 그대로 사용해서 칸칸이 나누어진 방을 손님용으로 사용한다. 요즘의 깨끗하고 인테리어 잘 된 식당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런 분위기가 불편한 시골집의 정감을 주기도 한다. 주방 한편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서 허리를 굽히고 일하시는 할머니가 주인이시다. 넓은 나무도마에 반죽한 밀가루를 긴 홍두깨로 밀어 펴서 둘둘 말아 칼로 썰어 낸 국수. 밀가루 뭍은 국수발을 훌훌 털어 끓여낸 멸치 육수의 멀건 국물에 건더기라고는 대파만 보이는 칼국수가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다. 굵기 또한 저마다 다른 국수 면발이 이 집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 위에 화룡점정은 날 김가루다. 자극적이고 진한 맛의 음식들이 주류를 이루는 현대에 이렇게 소박하고 심심한 음식을 좋아하는 건 무슨 이유일까? 맛이 있고 없음이 아닌 정성의 유무가 아닐까? 80은 훌쩍 넘기셨을 것 같은 할머니가 굽은 허리를 펴지도 못 하고 밀어내는 모습에서 우리네 할머니의 사랑을 느꼈으리라. 나의 옆지기도 그런 사랑의 손 맛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그 집을 찾는 것이리라.
무슨 칼국수 먹을래?
칼국수는 어떤 재료와 만나느냐에 따라 변화무쌍한 메뉴 중 하나다. 같은 면을 넣고도 다른 바다재료를 만나면 전복 칼국수, 바지락 칼국수, 해물칼국수, 가리비 칼국수가 된다. 고기와 만나면 사골 칼국수, 육개장 칼국수가 되기도 한다. 두류와 만나면 여름엔 하얀 국물이 부어지는 콩국수가 되기도 붉은 국물이 부어지면 겨울 별미 팥 칼국수가 되는 걸 보면 말이다.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인 바다의 맛을 택할지, 구수한 사골국물을 택할지, 담백한 콩국물을 택 할지 선택장애가 오기도 한다. 실은 나는 소화가 되지 않아 국수류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여름이면 콩국수를 자주 먹고, 겨울이면 파는 곳이 많지 않아 집에서 별미로 팥 칼국수를 만든다. 특히나 동지에 팥죽을 먹는 풍습이 있어 그때 팥물을 여유 있게 준비하고 동지팥죽도 끓이고 팥칼국수도 만든다. 팥을 삶아 팥물을 만드는 게 수고스럽지만 해 두면 칼국수를 만드는 일은 너무나 간단하다.
팥칼국수
팥 2C, 초벌 삶기 두 배 가량의 물, 압력솥 세 배 가량의 물( 일반 솥은 더 여유 있게 준비), 삶을 때 소금 1/2 작은술
1. 바락바락 비벼 씻으면 거품이 나는데 거품 없이 깨끗하게 세척한다. 돌이나 깨진 팥, 둥둥 떠오르는 것들을 버린다. 하루 전 날 밤에 씻어 물에 담가 두면 좋다.
2. 팥의 두 배 가량 물을 준비하고 같이 끓여 부르르 끓어오르면 처음 삶은 물은 버린 후 헹군다.
3. 초벌 삶은 팥을 3배가량 물을 넣고 1/2작은술 소금을 넣어 압력솥에 무르게 익힌다. (솥의 크기에 따라 내용물의 양을 결정) 시간 단축을 위해 압력솥 사용, 일반 솥으로도 가능한데 1시간 이상 오래 삶아야 한다.
4. 삶아진 팥을 블렌더에 갈아준다.
5. 곱게 갈린 팥을 베주머니나 체에 걸러 앙금과 껍질을 분리한다. 잘 내려가지 않으면 삶은 팥물과 정수물을 부어가며 거른다.
6. 팥 물을 끓이고 한쪽 냄비에는 칼국수를 삶을 물을 준비한다. 밀가루가 들어가면 걸쭉하고 텁텁해져서 밀가루를 제거하고 빠르게 익힐 수 있다.
7. 끓는 팥물에 익혀서 한 번 헹궈낸 칼국수 면을 넣고 끓인다. 부족한 간을 소금으로 하고 취향에 따라 설탕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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