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은마아파트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낡은 재건축 아파트나 대치동 학원가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꿈속 은마아파트 말이다.
그날도 필자는 어김없이 꿈을 꾸었다. 하늘을 나는 꿈이라고 해야 할까나.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필자가 난 것이 아니라, 필자가 사는 아파트가 하늘을 난 것이다. 그 아파트는 당연 은마아파트. 필자는 거기에 살지 않지만 어쩐지 눈을 떠 보니 그곳이었다.
'어? 뭐야. 왜 창문 밖이 하늘이지? 저긴 학원가가 있어야 하는데.'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창문을 열었다.
꿈은 조금 말이 안 되는 경향이 있다. 창문 밖으로 구름과 푸른 하늘이 휙휙 지나길래, 얼른 문을 열고 나와 보았다. 그런데 웬걸, 윗부분은 분명 아파트가 맞았지만 아래는 아니었다. 날개 달린 무언가 거대한 물체 위에 아파트가 있었던 것이다. 아, 이럴 때가 아니다. 얼른 사진을 찍어야 한다.
아따, 배터리가 나갔단다. 그럼 태블릿은? 유감이다. 꿈은 늘 그렇다. 태블릿도 배터리가 나간 것이다. 뒤적뒤적 동생 휴대폰 카메라를 쓰려고 했지만, 버튼 누르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 기왕 꿈인데 즐겨야지. 나가서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꿈속 은마아파트는 필자가 며칠 전에 본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닮았다. 낮에 본 것이 반영되는 게 꿈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나저나 너무 좋다. 저 푸른 하늘.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새파란 구름 위로 필자를 태운 은마아파트가 열심히 날았다.
무수한 파이프가 달린 몸체에 프로펠러들이 쉭쉭거리며 돌고 있었다. 필자는 코웃음을 쳤다. 저런 조그만 프로펠러로 나는 것은 어림도 없을 텐데. 뭐, 여긴 꿈이니까 괜찮은가 보다.
적힌 팻말을 보니 역시 은마아파트가 맞았다. 어쩌면 이건 은마아파트가 꾸는 꿈일지도 모르겠다. 멋진 비행선이 되어 하늘을 나는 꿈. 현실의 은마아파트는 홀로 재건축을 하지 못해 조롱의 대상이 되곤 했다. 늘 새롭게 단장하는 다른 아파트들이 부러웠을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 하늘에서 나타난다면 모두가 우러러보지 않을까?
유명한 시 구절이 생각났다.
'저 푸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어, 좀 다른 것 같은 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난 조용히 미소를 짓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부시도록 깨끗하고 푸른 하늘이었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부드러웠다.
이번 글에 사용된 모든 일러스트는 필자의 저작품입니다!